담화헌 스튜디오 18일까지 강승철·강홍철·이기정 소장품전
100년 이상 시간·다양성 강조…'옹기박물관'사전 작업 주목

어차피 완벽할 수도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살 만 하다'할 수 있는 것은 주고 받으며 산다는데 있다. 뭐가 그리 복잡하냐 싶지만 생각해보면 늘상 있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오래된 지혜와 삶으로 구워낸 '조각'을 만난다.

제주시 해안동 담화헌 스튜디오에서 18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생명을 잇다 제주 물허벅'전이다. '옛'이란 숨은 제목까지 보태졌다. 늘 입을 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 것들이 모처럼 회포를 푸는 자리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전시장에는 시종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전시장에 꺼내진 것은 강승철 도예가와 옹기 애호가인 강홍철·이기정씨가 그동안 수집.소장해온 것들 중 고르고 고른 것들이다. 줄잡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한 자리에 모였다. 

종류도 다양하다. 오래 손때가 묻은 채인 것부터 주둥이에 금이 가거나 깨진 것들도 있지만 그 자체가 소장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들이다. 물이 귀하던 섬에서 1960년대 중후반까지 사용되던 허벅은 물을 길어 나르는 용도 외에도 다양한 저장 도구(씨허벅 등)로 쓰였다. 상이 났을 때 팥죽을 쑤어 나르는 그릇(죽허벅)으로 쓰였고, 결혼식에서는 여흥을 위한 악기도 됐다.

성인용 허벅에서부터 소녀들의 대베기(대바지)허벅, 아이들이 쓰던 애기 대베기 허벅까지 크기도 다양했고 주둥이 모양에 따라서도 쓰임과 이름이 달랐다. 지세허벅과 검은 허벅 등 특유 조형적 미감과 용도에 따라 그 종류가 36종이나 된다. 

이번 소장품전은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옹기박물관'의 사전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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