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람이 자원이다 13. 고경찬 벤텍스 대표이사

고경찬 벤텍스 대표이사는 1960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출생했다. 그는 고산초, 고산중, 제주일고를 졸업했다. 1987년 성균관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동 대학 대학원 유기소재공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5년에는 중앙대학교 의학과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벤텍스 주식회사를 설립한 이후 2004년 제37회 과학의 날 기념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수상, 2010년 제24회 섬유의 날 대통령 표창, 2011년 자기변신 지능성 섬유로 장영실상과 2015년 태양광 발열 충전재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2월에도 일방향 수분전이 성능을 지닌 스마트 섬유로 장영실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최초 장영실상 3회 수상했다.

학비 마련 위해 시장서 장사
신소재 개발로 장영실상까지
"같은 실수 반복않는 것 중요"

인간생활의 세가지 기본요소 의식주, 옷과 음식, 집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의식주는 단순히 입고 먹고 자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옷은 오늘날 개인의 '멋'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지만 그 본래의 기능은 '몸의 보호'다. 모든 것은 과거에 기반한다는 그의 메시지처럼 '의(衣)'의 기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기능성 소재개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벤텍스 고경찬 대표를 소개한다.

석유에 '영혼'을 넣다

고경찬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 벤텍스는 신 섬유 개발 회사로, 1999년 5월13일 설립됐다. 

지난 10여년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과 환경을 접목한 소재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 오면서 한국 섬유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벤텍스가 개발한 신섬유의 우수성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최한 IR52장영실상 수상이력이 뒷받침 한다. IR52장영실상은 신기술 제품을 개발·상품화해 산업기술혁신에 앞장선 국내업체와 연구소의 기술개발 담당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벤텍스는 3회 수상의 신기록을 세웠다.

벤텍스가 내 놓은 오토센싱기능을 갖춰 환경에 따라 변화하면서 땀을 배출하는 소재, 나노케미컬이 충돌을 이용해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소재, 잘 마르지 않는 면의 단점을 살린 1초 만에 마르는 '드라이 코튼'은 섬유산업에 혁명을 가져다 줬다.

고 대표는 벤텍스를 스마트폰에 비유했다. 그는 "기존의 옷을 '하드웨어'로 해석하고, 특수한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을 전략적으로 깐 회사가 벤텍스"라며 "기존 소재에 만족감을 더하기 위한 영혼의 입김을 불어넣어 새로운 섬유를 창조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3켤레 1000원' 양말장사부터

지금의 벤텍스가 존재하기까지 고 대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입대 이후 어려워진 집안형편으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대 이튿날부터 부산시장을 돌며 장사를 시작했다. 3켤레 1000원하는 양말판매.

이 외에도 고 대표는 돈을 벌기위해 배추, 김, 밤, 핸드백, 선풍기 커버 장사까지 했다. 샤워시설이 없던 시절 샤워기 헤드를 판매한 그는 오는 손님들만 기다리다, 도매상을 대상으로 판매 하고, 이후에는 말 그대로 두발로 뛰어 손님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고 대표는 그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를 전했다.

고 대표는 "당시 다른 곳에서 판매하라는 말에 버티다 뺨을 맞은 적이 있다"며 "울산 석유화학단지 정문에서 판매하던 때였는데 코오롱 입사 이후 다시 마주쳤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코오롱 입사 후 인체에서 발생하는 정전에 대한 강사로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위치한 유공(현재 SK)에 초대되던 때 공항에 마중나오신 분이 나의 뺨을 때린 수위였다"며 당시의 설움이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열정과 도전, 그리고 책임감

고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쉽지만은 않았다. 1초만에 마르는 소재가 개발됐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밀려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벤텍스의 제품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5만벌 규모의 소재를 독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물빠짐 현상으로 5억원 규모의 크레임이 들어왔고, 제작사 측에서 50% 부담 제안까지 했지만 이를 거절했다.

고 대표는 임원들의 만류에도 크레임에 대한 배상을 전부 짊어진 이유에 대해 "내 기술에 결함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했다"며 "작은 회사지만 책임을 질수 있는 회사라는 면에서 일본에서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임원들에 "하루에 50억원 벌 날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5억원의 손해로 45억원을 번 것"이라며 긍정적인 낙천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단 고 대표는 "실패는 역사에 기록해서 현실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관광, 조바심 갖지 말고 장기적 계획 필요…특색 만들어야"

고경찬 대표이사의 '더 큰 제주' 위한 제언

신소재섬유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제주출신 고경찬 대표에게 제주미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고 대표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산업에 대해 "제주가 빠른 성장에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로 제주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대해 언급했다.

고 대표는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방문하면서 소비하는 돈은 크지 않다. 오히려 제주가 중국인들이 버리는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제주가 가지고 있는 환경 등 자연적인 요소를 벗어나 제주의 가치를 뛰어넘는 관광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이제는 관광도 체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제주는 특별히 꼽을 만한 테마가 없어 안타깝다"며 "예를 들면 올레길처럼 제주에서만 할 수 있고 제주임을 강조할 수 있는 특색있는 관광테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4차산업의 연결, 연결성 사업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에 의존하지 않고 제주도만의 특성있는 부분을 부각시켜 다른 도전을 준비해야한다"며 "제주도의 학과도 관광학과를 개설과 함께 지자체 차원의 법개정을 통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주인이라는 자긍심을 세계를 향해 알려야 한다. 한라산에 뿌리를 두고 제주도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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