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 산책 40. 김민령 외 6명 「중독의 농도」

청소년들의 고민 구성하는 화두 탐구
삶을 작동하는 매혹적인 중독 이야기

점점 확대되는 중독의 영향력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중독의 사전적 의미다. 곧 중독은 한 가지 일만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과 그렇게 하도록 하는 충동을 가리키며,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의존증적인 부분이 전제되기도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 가고 있다. 더불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무난하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휴대폰 중독만이 아니라 탄수화물 중독, 소금 중독, 설탕 중독, 카페인 중독 등 이름 붙이면 그만이라는 듯 그 범위와 종류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심각성이 주는 영향력 또한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냥 넘겨 버렸을 것들도 이제는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심각하게 무게감을 지니고 다가온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들을 비롯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중독의 하나가 바로 휴대폰 중독이 아닐까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말을 못하는 어린 아이부터 누구든 거부감 없이 대하고 가까이 하는 것 중 하나가 휴대폰이다.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들의 눈앞에는 휴대폰 동영상이 펼쳐지고, 언제올지 모르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나 문자, 전화에 늘 대기조인 아이들을 비롯한 어른들까지….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하물며 잠을 자는 그 순간에도 머리맡을 지키고 있는, 늘 한 몸과 같이 지니고 작은 반응에도 집중하는 대상.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심장의 박동수를 올리는 대상으로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는 휴대폰.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만큼 휴대폰이 없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단지 통화나 문자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터넷, 메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 게임, 쇼핑, 결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넓어지고 편리해졌다. 

그렇지만 순 작용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휴대폰으로 인해 가족관계, 타인관계, 사회에 변화가 생기고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일이다. 굳이 얼마 전 유행했던 한 게임으로 인명 사고를 비롯 여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점은 빼고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 강도와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스스로 자제하는 자세 필요

"중독의 농도가 뭐지"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책은 흔히 생각하는 인터넷 중독, 휴대폰 중독 등 일반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시험 중독, 절도 중독, 미래사회에서의 공기에 대한 중독을 비롯 자신만의 환상을 계속 그려가는 아이에 이르기까지 7개의 중독에 대한 단편들, 조금은 예상 못했던 부분들에 오히려 새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하게 그려지는 중독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무지와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그 한계와 경계점은 무엇일까. 정도나 밀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중독돼 있다. 그러나 무언가에 중독됐다고 하면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고 즐겁게 느낄 수 있다는 순기능으로서의 중독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중독을 깨닫고 스스로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비롯 삶에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타인의 삶, 그리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거나 나쁜 영향력만 미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세계 3대 분노가 부모의 원수, 친구의 배신, 인터넷 끊김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7일간의 통신 장애가 생긴다. 모든 것이 정지돼버린 통신 장애는 7일간이나 계속되고, 민수와 그 주변 아이들에게는 일상의 변화가 생긴다. 휴대폰은 절대 쓸데없는 게 아니라고 믿는 민수와 학교 친구들, 그들에게 있어 통신 장애는 재앙과 같았다.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들 사이를 채웠던 말들, 그 말들은 그저 문자의 나열들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지탱되고 이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관계. 통신 장애로 말미암은 불편함은 관계에 대한 불안과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담임 선생님은 휴대폰이 어쩌고, 인터넷이 저쩌고, 더는 훈계를 늘어놓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통신망의 마비로 비롯된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했고, 언론 매체는 너나 할 것 없이 과도하게 모바일과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 풍조를 질타했다. 부작용과 혼돈이 난무하는 세상 속, 교실의 아이들은 며칠 전보다 조금 많이 잠을 자고 조금 더 시끄러워졌다. 휴대폰을 만지며 조용히 깨어 있는 아이들이 사라졌을 뿐이었다"(본문중) 

무언가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아이들 마음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나를 비롯한 관계에서 휴대폰을 통하지 않은 관계는 새롭고 어색했으며 불편했다. 스스로를 휴대폰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아이들. 그 속에서 활기를 찾고 생기를 띄는 아이들에게 그로 인한 부재는 불안감에 가득한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 서로가 함께 마음을 나누고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보단 휴대폰 속 작은 세상에만 몰두하는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기보단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예민하며 선택되기를 바라는 아이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길이 잘못된 길인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가지 말았어야지. (중략) 하지만 살면서 잘못된 길을 한 번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까. 잘못된 길에 발을 들여 본 사람이 많을까. 모르겠어. 나는 정말 잘 모르겠어"(본문중)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어떤 관계에서든 나만의 향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바라보고 파악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독은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나쁘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중독이기 이전에 내가 담뿍 빠져들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으로부터 내가 받는 에너지는 무한히 클 수 있으므로. 

먼저 부정적인 시선으로 막아서거나 미리 선을 그어버리지 않기를. 농도의 묽거나 짙음의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면 스스로의 삶의 긍정적인 청량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로 온전히 바로 설 때 나만의 향기와 빛을 발할 수 있는 큰 가능성과 자신감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에.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나를 믿고 바로 세우는 것만이 나를 지키고 스스로를 채워가는 방법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적당한 거리두기로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자신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면 어떠한 중독이라도 자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가치관, 규칙에 맞지 않는 길이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유일한 존재임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질 미래는 더욱 알차고 밝게 빛날 것임을 믿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의 내일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을 그리고 더 달라질 모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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