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칠말팔초' 누구나의 여름방학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욜로'
더워도 즐겁게 "내가 주인공"

모험 섞인 삶과 실속 있고 절제된 이미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헤밍웨이(1899~1961)는 말했다. "만약 당신이 운이 좋아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낸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당신의 남은 인생에 어딜 가든 함께할 것이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에게 파리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여름이라 쓰고 축제라 읽는 제주가 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유연히 본 짧은 글에 눈이 반짝인다. 무심결에 형광펜을 찾아 들고 몇 번이고 밑줄을 긋는다.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자'. 내일이 없을 것처럼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떠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 권의 책과 같은 인생을 이왕이면 주인으로 의미 있게 살자는 의미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정해진 것이라고는 '1'도 없는 인생인데 어떤 이는 즐겁다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무료하다 말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말에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렇다고 마냥 즐거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먼지 묻은 개똥철학을 이 밤이 새도록 풀어낼 수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축제가 별거냐'다. 축제 홍수의 시대다. 지역 축제는 이제 흔해 빠졌다. 주민이 만드는 축제도 마을 단위는 물론이고 계절이나 주제 등으로 나눠 꼬리를 문다. 굳이 장소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원하면 거리가 무대가 되고, 즉석에서 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유도 많다. 지역을 알리거나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재주를 펼칠 기회를 만들고 나누는 것도 문화가 됐다.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진짜는 따로 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으로 치열했던 삶에 숨 쉴 여유를 주고 태어나면서부터 몸 안에 응축됐던 '주인공'에 대한 욕망을 과감히 터트리는, 지극히 평범한 본능이다.

뭐가 됐든, 뭐를 하든 즐겁게

그러니 뭐가 됐든, 뭐를 하든 즐겁다. 피서니 휴가니 하는 핑계까지 적절히 작동하는 사이 요즘 '핫'하다는 라이프스타일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을 뜻하는 신조어도 그렇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보면 넘침이 없다. '현재를 즐기며 산다'는 행위 보다는 마음가짐, 태도에 더 가깝다. 인생이란 단어 앞에 돈이 많든 적든, 명성이 높든 낮든 공평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다름 아닌 '욜로'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고민 하나다 덜어진다.

예를 들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작은 무대를 만들어 즐기는 것이 마냥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눈도장을 받으며 이런 저런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이 있다. 벌써 몇 명쯤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때부터는 생각과는 영 딴 판으로 흘러간다. 소박해도 마음은 풍성했던 자리는 공무원들의 간섭과 불필요한 견제와 경쟁, Ctrl C, Ctrl V를 한 듯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의 난립으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좋아했던 주민들이 어느 순간부터 주차 문제로 마찰을 벌이고 하루가 멀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주객이 전도'되고 앞뒤가 바뀐 상황에 넋을 놓게 된다.

축제의 정의에 규모나 예산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좋으라고 만든 판이 축제다.

나는 지금 즐거운가

축제하듯 살자는 말에는 '왜 나는 지금 즐겁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기준 보다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 쉽게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먼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아니면 남보다 큰 행복만 좇으며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진정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줄 안다. 정성을 쏟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만족할 뭔가가 돌아올 거란 믿음만 있으면 마음의 평온과 즐거운 삶은 덤으로 얻으로 찾아온다. 누군가의 조언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 또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려, 감사하며 웃으며 살면 인생은 즐겁다. 더불어 일과 놀이의 균형점을 찾는다면 우리 인생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가 된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칠말팔초(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누구나의 여름방학이다. 이 시기가 아니면 온가족 나들이는 꿈도 못 꾸는 현실에 당연하다는 듯 바가지를 씌우는 항공사나 숙박업소는 야속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여권을 챙기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다행인 것이 이 시기는 고개만 돌리면, 발만 옮기면 축제다. 푹푹 찌는 사정을 잊어버릴 만큼 유쾌·상쾌·통쾌하다. 작은 일탈이 마냥 행복한 축제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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