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따라 손맛따라] 15. 성공식당

동문재래시장서 20여년 영업…숨은 맛집으로 알려져
아들 위해 만든 돼지국밥 도민·관광객 입맛 사로잡아

국밥은 누구나에게나 공평하다. 착한 가격에 한 술 뜨면 이내 든든해진다. 깊이 있는 국물을 그저 즐길 수도 있지만 양념을 곁들어 나만의 맛을 내도 무방하다. 찬이 적은 대신 정성이 가득한 것도 국밥만의 특징이다. 사람이 모이면 허기가 지고, 싸게 한 그릇 먹기에 국밥만 한 게 없었다. 시장 안 숨은 맛집의 메뉴판에서 국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동문재래시장 내 숨은 고수라 불리는 성공식당의 '국밥'에는 저절로 엄지부터 치켜들게 된다.

별다른 홍보를 한 적은 없지만 식당 내 자리는 늘 만석이다. 전라남도 출신의 노금전 대표가 20여년 한결같은 손맛을 지켜며 일군 결과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른 사람은 없다는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맛집 중 하나다.

처음부터 식당을 낼 계획은 없었다. 우연히 순대국밥의 따스함에 매료된 노 대표는 국밥집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어깨너머 조리 과정을 배우고 나름의 맛을 보태 아들의 이름을 딴 '성공식당'간판을 달았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했지만 뚝배기 바닥이 보일 때까지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없는 데는 '어머니'만의 정성이 있다.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시도를 했고 결국 통했다. 

식당 메뉴판에는 옛날식 모듬순대국밥과 내장따로국밥 외에 돼지국밥이 올라있다. 부산 명물로 알려진 돼지국밥이지만 '성공식당 식'으로 바꾸면서 주메뉴 자리를 꿰찼다.

맛을 가리는 아들을 위해 노 대표는 돼지고기와 들깨를 곁들여 국밥을 말았다. 내장을 꺼리는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돼지국밥을 권하다 보니 일부러 찾는 사람까지 생겼다.

돼지 무릎뼈 만을 넣고 끓인 사골과 제주산 돼지고기를 고집한다. 뚝배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기양도 바뀐 적이 없다. 건더기가 든 뚝배기에 펄펄 끓는 국물을 부었다 내렸다 하면서 딱 먹기 좋은 온도를 맞추는 토렴까지 고수한다.

몇 가지 안 되는 찬도 노 대표가 직접 만든다. 이중 콩나물 무침과 열무김치는 골수팬이 있을 만큼 명불허전이다. 그 모든 것을 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그런 마음을 읽은 아들도 얼마 전부터 어머니 옆을 지키고 있다. 촉망받는 한국화가인 문성공 작가다. 사람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다 허리가 불편한 어머니가 단골들의 청을 마다하지 못하는 사정을 알고 잠시 붓을 내려놨다.

노 대표는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미장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빈 틈이 없을 만큼 빼곡하다. 잘 성장한 아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며 "보양식이라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더라. 국밥 한 그릇이라도 잘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