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관악은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바람은 연주자의 호흡에 실려 관을 타고 이리저리 휘돌아 나오며 떨림을 증폭시킨다. 바람에 순응하며 바람신까지 섬겨온 제주가 세계에서도 유명한 '관악의 섬'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돌을 만나 성긴 돌담이 되고, 민가에 이르러서는 오름을 닮은 초가지붕을 만들어냈던 그 바람이 이제는 제주 곳곳을 금빛 울림으로 채운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이란 주제를 담은 제주국제관악제다.

제주, 세계적 '관악의 섬'

제주에서 관악이 시작된 것은 6·25한국전쟁을 전후한 어려웠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관악단들의 씩씩하고 힘찬 금빛 나팔소리는 제주인들에게 잠시나마 고달픈 일상을 잊게 하고, 천진스런 동경과 꿈을 심어줬다. 관악단은 도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수많은 학교에 들어섰고, 이제는 오랜 전통의 시민밴드와 앙상블, 전문 관악단, 군악대 등으로 발전해 다양한 무대에서 마음의 휴식을 선물하고 있다.

이런 관악 열기 속에 1995년 제주국제관악제가 태동해 올해 22회 관악제를 맞게 됐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실내 뿐만 아니라 야외 연주에도 적합한 관악의 특성과 함께 제주가 갖고 있는 휴가지의 여유, 평화의 이미지와 여름철 낭만이 합쳐져 세계적인 '관악축제'로 명성을 떨친지 오래다.

특히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음악축제로 자리잡았다.

시내 유명한 공연장은 물론 해변·폭포 등 야외공연장, 섬속의 섬, 갤러리, 카페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무대를 마련한다. 전문가 분야인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는 세계관악을 이끌 차세대 전문연주자들이 경연을 펼치며, 시상식 이후 음악회도 마련해 전문예술인의 탄생을 축하한다.
 

역대 최대·다양한 무대 눈길

8일부터 16일까지 도내 곳곳에서 열리는 올해 제주국제관악제는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연주팀과 다양한 공연장소로 눈길을 끈다. 

콩쿨 참가자 205명을 포함해 미국·캐나다·스위스·스페인·프랑스·일본·중국·대만·홍콩·카자흐스탄·오스트리아·태국 등 22개국에서 온 3700여명이 관악제 참가를 위해 제주로 속속 모여든다.

전 세계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는 만큼 참가자들간 교류를 통한 평화의 하모니도 이끌어낼 계획이다.

청소년관악단의 날, 동호인관악단의 날 등 여러 형태의 교류기간을 늘리고 교류연주 등 '축제 안의 축제'를 꾸린다. 참가자들은 또 마스터클래스 등으로 도내 관악연주팀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도 힘을 보탠다.

또 관악 무대는 마을 안으로 보다 더 가까이 들어와 관객들을 맞는다.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관악제'에 이어 올해는 제주의 전통문화인 안거리, 밖거리 문화를 연주형태로 변형한 '밖거리 음악회'도 추가됐다.

제주국제관악제의 메인 무대는 아니지만 관객들의 활동공간인 도서관, 미술관, 북카페, 전시카페 등 10곳에서 관악단 멤버들이 독주나 소규모 중주로 작은 음악회를 연다. 기간은 관악제 개막 전인 4일부터 15일까지다.

제주의 문화자원과 융합해 새로운 관악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도 올해 관악제의 또다른 특징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비롯해 제주의 정서를 담은 '제주의 여신- 설문대 할망'(야곱 드 한), '제주의 추억'(데이비드 길링햄), '해녀의 노래' 등 작품들이 세계 유명 작곡가와 연주자들에 의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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