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시인 김병심

제주 문학소녀 25살 등단 후 '외길인생'
글쓰기교실 이끌며 지역 문예창작 기반

"글쓰기의 즐거움이요? 그건 하나의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는 거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응시하면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돼죠. 여기서부터 치유는 시작돼요"

시인 김병심(44·여)은 당돌하다. 산방산 아래 사계리에서 태어나 25살 젊은 나이로 등단했다. 이후 지금까지 제주에서 한결같이 시(詩)를 쓴다. 통통 튀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한 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글쓰기교실을 이끌며 지역 문예창작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문학소녀였던 김 시인은 어릴 적부터 글재주가 좋았다.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하는 친구들이 늘 집으로 모여들 정도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녀는 우연히 보게 된 '한라산문학동인' 시화전을 계기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시를 접하면서 이곳이 내가 성장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안의 날개를 느낀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그녀는 한라산문학동인에 입회해 본격적인 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7년 시 '발해를 꿈꾸며'로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제주에서 이례적인 20대 등단이었던 만큼 발랄한 신예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등단은 결혼과 비슷해서 평생 시를 써야할 의무가 주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시인은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면서 고유한 시세계를 구축한다. 대표작으로는 시집 '더 이상 처녀는 없다'와 '신 탐라순력도', 산문집 '돌아와요 당신이니까' 등이 있다. 지난해부터는 22년간 몸을 담은 한라산문학동인에서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 2015년에는 글쓰기교실 '시원한 세대공감'을 시작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가해 작가들과 호흡을 맞추며 시를 배웠다. 김연수·문영택·김경주 등 제주를 사랑하는 도내·외 작가가 힘을 보탰다. 그녀는 "시를 배우기 힘든 제주에서 진행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성작가들이 제주문화를 느끼는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을 '마음의 상처를 응시하며 우는 일'에 비유한다. 그녀는 "다 울고나면 나와 같은 상처가 있는 다른 사람이 보이고, 비로소 다시 살아가겠다는 희망이 생긴다"며 "먼 훗날 할머니가 돼서도 변함없이 수도승처럼 사색하고 글쓰는, 현재진행형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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