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72주년 경찰의 날]

빅미옥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 사진=고경호 기자

박미옥 동부서 수사과장
유영철·신창원 사건 등
26년 강력계 이끈 베테랑

"형사생활 15년차 쯤 '사람'이 보였습니다.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심리학·법의학을 공부하며 깨달은 핵심은 결국 피해자든 범인이든 사람에 대한 깊은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찰이 있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을 구닥다리 표현으로 만들며 '여경'이 아닌 '경찰'로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박미옥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8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박 과장은 올해 경정으로 승진할 때까지 무려 26년간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와 마약계 등을 이끌어 온 베테랑 형사다.

신창원 탈옥사건, '서남부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던 정남규 사건, 유영철 연쇄 살인사건, 만삭 의사부인 살인사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한 사건 대부분은 박 과장의 손을 거쳤다.

특히 '사건 1번지' 강남경찰서 첫 여성 강력계장, 마포경찰서 첫 여성 강력계장, 김천경찰서 첫 여성 수사과장 등 가는 곳마다 '1호' 수식어가 붙고 있다.

사건 현장을 누비던 박 과장은 2007년 서울지방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프로파일링)팀장을 맡으면서 '사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박 과장은 "2014년 압구정 제과점 인질사건 당시 협박범의 요구는 '너무 고통스러우니 경찰들이 나를 쏴 죽여 달라'였다. 이 때 '그렇게 고통스러우세요?'라고 던진 첫 질문이 인질 석방으로 이어졌다"며 "위기 상황에서 협상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공감이다. 범인의 분노와 자기 분열에 대해 철저하게 진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제주동부서로 자리를 옮긴 박 과장은 제주 체육계 비리 수사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박 과장은 "매년 제주를 찾았을 만큼 제주의 자연과 사람 모두를 사랑한다"며 "제주를 지키는 일이 곧 제주경찰의 책무다. 30년 깐 쌓아온 내공과 뚝심으로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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