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요즈음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화제이다. 곧 다가올 새로운 산업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아마 우리의 생활 전반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 하여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인간의 전문적 지식과 판단이 필요했던 법률 및 의료, 금융 등의 업무까지 향후 기계가 대체할 것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인공지능'이 있다는 것으로 정의되며, 이는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육체적 노동에 대한 대처 및 보조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자동화로 인간의 일자리 자체가 점점 소멸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 점을 국내외에서의 '4차산업혁명'의 한 사례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영국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유스턴 스퀘어 연구실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술용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런던대 말고도 EU와 미국의 많은 대학·연구소들 역시 수술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인공지능 수술 로봇이 도입되면 수술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등 의료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활용하면 의사가 없는 곳이라도 복잡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한 것은 바로 '알파고'에서도 쓰였던 '딥러닝' 기술 때문이다. 

외과 의사가 매스를 움직이는 각도와 장기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는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딥러닝'을 통하여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인데, 이 방법은 수술에 대한 학습이 진행될수록 점점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술법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인공지능 수술 로봇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초보단계다. 

몇몇 대학병원이 협력하여 관련 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정도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하여 병원의 수술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해외와 비교해 관련 연구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내에서는 주로 의료진단 등의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대형 병원에서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AI 닥터 왓슨을 도입했다. 

이후 6개 국내 병원이 암환자 치료법 결정에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도입한 대형병원에서는 왓슨을 통해 유방암·폐암 등 주요 암을 진단하고 있는데 조만간 혈액암과 간암도 진단 분야를 추가할 예정인데, 도입결과 왓슨이 사람의 진단 오류를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은 기존의 의료종사인력의 확충을 대처하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제주도와 같이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의사'란 직업을 대체해 나갈 경우, 결국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인공지능 의사가 나타나도 현재와 같은 인간의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의사의 역할이 인공지능 수술 로봇을 감독하고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는 새로운 기능으로 재정의 될 것이고,  인공지능 수술로봇이 늘어날수록 이에 더하여 인간 의사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창의적인 직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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