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 모셔진 위패에서 기도하는 모습. 자료사진

자살 충동·고위험군 일반인 비교군보다 높아
4·3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대응관리체계 시급

제주4·3 생존희생자들이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생존희생자들 중 자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제주4·3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정신적 고통을 경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김문두·정영은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6일 '제주4·3사건 생존희생자의 생애 자살시도와 최근 자살 위험' 논문을 공개했다.

김문두·정영은 교수팀은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제주4·3 생존희생자 및 유가족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결과를 일반인 비교군 492명과 비교·분석해 논문을 작성했다.

우선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 생존희생자 110명 중 43명(39.1%)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중등도위험군은 46명(41.8%), 경도위험군은 18명(16.4%)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없는 '안정군'은 단 3명(2.7%)에 그쳤다.

우울증의 경우 46명(41.8%)이 '중등도', 26명(23.6%)이 '경도'로 조사됐으며, 정상군은 38명(34.5%)으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 중 50명(45.5%)은 '자살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4·3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문두·정영은 교수팀이 성별과 연령이 동일한 제주지역 일반인 비교군(492명)과 비교·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생존희생자들의 트라우마는 더욱 극명해진다.

연구 결과 생존희생자의 자살 충동 유병률은 42.7%로 비교군 15.4% 대비 27.3%p 높았다.

더욱이 생존희생자 중 자살 고위험군 비율은 18.2%로 비교군(1.2%)을 크게 상회했다.

교수팀은 "생존희생자들의 자살 충동 및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 위험이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존희생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적 대응관리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현재 작성중인 4·3 특별법 개정 초안에 트라우마센터 건립이 포함됐다"며 "생존희생자 및 유족들의 정신의학적 치료도 필요하지만 4·3을 폄훼하는 등 집단명예훼손을 일삼는 일부 세력들에 대한 처벌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두·정영은 교수팀이 발표한 해당 논문은 최초의 제주4·3 관련 의학 보고로,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인 '정동장애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 최신호에 발표됐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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