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건강관리

제주체력인증센터에서 운동하는 모습.

운동·다이어트 번번이 수포...눈칫밥 직장인엔 아득한 '꿈'
게임형 건강관리 앱 도움...포기 이르고 작은 변화 도모해야

직장 생활 20년차 '김 과장'은 오늘도 망설인다. 저녁 약속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 헬스장에 나갈 것인가. 고민은 오래 가지 않는다. '운동은 내일부터 해야지'. 그 '내일'타령이 시작된 것도 이미 3~4개월은 훌쩍 넘었다. 새해 목표는 언감생심. 겉옷으로 허리살 가리기에 급급한 사정이 지난해보다 더하다. 그래도 김 과장은 할 말이 있다. "안하는 게 아니야, 못하는 거지".

△작심삼일…작심한달…작심백일

이런 '김 과장'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전국 헬스장이 하나같이 '반짝 특수'를 누린다는 1월 주변의 못미더워 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과감히 1년 운동권을 끊었다. 한달 정도는 회식도 마다하고 꼬박꼬박 땀을 흘렸다. 

사무실 책상이며 집 거실, 화장실에 까지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게으름도 습관이다」 같은 계발서와 이런저런 몸짱 노하우를 담은 책을 구비해 놓고 '올해는 반드시'하고 주먹을 쥐었다. 

현실 앞에 굳은 다짐은 이내 눌린 연두부처럼 무너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에, 실적 압박은 강도를 더했다. 퇴근 시간을 기다릴라치면 상사에 후배 눈치까지 봐야한다. "사회 생활은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는 조언을 위장한 질책까지 발목을 잡는다. '조금 날씨가 풀리면 했던' 상황은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으로 바뀌었고 이젠 '이번 일만 끝나면'이 됐다. 달력 한 장만 더 남기면 헬스장에서 혼자 네 계절을 보낸 운동화와 세면도구를 챙겨와야 한다.

새해 첫 날 '올해는 꼭 허리띠 구멍 하나는 줄이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하나를 더 뚫어도 아슬아슬한 지경이 됐다.

△여전히 불편한 사회적 시선

다른 '김 과장'도 있다. 돈을 들여 장기적인 건강관리를 하는 대신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으로 관리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적잖다. '만보기 게임'이 대표적이다. 걸음 수를 에너지로 환산해 100여가지의 행성을 생성하거나 누적 걸음 수가 1만보를 돌파할 때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 음료 등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앱을 적절히 이용해 일단 걷고 본다.

좀더 꼼꼼한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건강관리 앱을 깔았다. 매 끼니 먹은 음식과 하루 운동량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물 마신 횟수까지 챙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의지'다. 10명이 동시에 시작해도 끝까지 남는 사람이 1~2명에 불과할 정도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에 빠져 동호회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자타공인 '운동광'이 사무실 분위기에 눌려 몸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름 시간을 만들어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일은 안하고…" "요즘 편한가 보다"하는 타박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주변에 너무도 흔한 상황이다.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 과장'얘기는 사실 모두에게 통용된다. 가족이 남긴 잔반을 치우느라 늘 배가 부른 엄마도 있고, 학업 스트레스를 단 것으로 풀거나 게임이 좋아서 집밖에 나가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모두가 새해 첫날 다짐으로 '다이어트'를 외쳤을 터다.

운동을 포기하는 이유는 운동을 하는 이유보다 더 간단하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위해서' 등 계획을 줄줄이 늘어놓게 되지만 포기하는 데는 '나와 맞지 않다'는 자기합리화면 충분하다.

운동을 위해 '올빼미형'이던 생활패턴을 '아침형'으로 바꾼다거나 여기 저기 좋다는 '비법'에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동을 하느니 좋은 약을 챙겨 먹겠다는 '현실주의자'들도 있고, 생존을 다이어트 방법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회식 전 물배를 채운다거나 술 대신 안주 피하기, 10분짜리 맨몸 운동하기 같은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보다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주는데 주안을 둔다.

분명한 것은 자기 관리를 하는데 '답'은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는 것이 내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거나 막연한 기대에 무리를 하고 건강을 망치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건강을 챙기겠다'는 약속을 꼭 새해벽두에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끝나기 전까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지금의 실패가 진짜 실패인지, 아니면 성공에 이르는 과정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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