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396호 항파두리 항몽유적
'살맞은 돌' 등 흔적 남아있어

제주에서 신화와 전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과 관련한 전설도 마찬가지다.

전해지는 설화를 정리하면 고려시대 제주 한 과부가 밤마다 찾아오는 지렁이 때문에 온 몸에 비늘이 나고 겨드랑이에 자그마한 날개가 돋은 아이를 낳는다. 지렁이를 아버지로 뒀다해 진통정이라 불린 아이는 자라며 도술을 부리는 날개 달린 장수가 된다. 항파두리에 성을 쌓고 해상왕국을 건설했지만 아기업개의 배신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시작은 영웅이었지만 마지막이 씁쓸한 이유는 삼별초가 제주에 미친 영향에서 유추할 수 있다.

어찌됐든 많은 이들이 삼별초의 독자적인 무력 항몽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충성심으로 해석한다. 

정부는 1977년 총공사비 7억4500만원을 들여 성곽 일부를 보수하고 순의비를 건립했다. 총 6㎞의 토성 중 1.4㎞를 복원했다.

이후 지속적인 복원 작업이 진행됐고 지난 1997년 4월 18일 이 곳을 사적 제396호로 지정한다. 지금은 사계절 꽃이 피고, '비밀의 숲' 등 숨은 명소로 알려지며 사람이 들지만 같은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이는 많지 않다.

이 곳에는 토성 외에도 김통정 장군이 몸을 날렸다가 떨어진 지점에 발자국처럼 파여 그 곳에서 샘이 솟는다고 전해지는 약수물인 '장수물'이 있다.

또 성밖 서민 및 병사들의 음료수로 사용했다는 '구시물'과 김통정 장군과 귀족계급들이 음료수로 사용했던 샘물인 '옹성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살맞은 돌'은 극락봉에서 삼별초군이 궁술연마시 표적으로 사용했던 대형암석으로 40여년까지도 이 돌에는 화살촉이 꽂혀 있었다고 전해지는 유적이다. 

삼별초군이 항파두리내서의 문을 쇠로 만들어 달면서 이용했던 밑 틀로 추정되는 사대성문 주춧돌(돌쩌귀)과 기와편, 도자기류, 주춧돌, 절구통 등 51점이 발굴, 보관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들 항파두리 항몽유적과 용천수를 연결한 걷는 길을 조성하고 있다. 내년 개장할 '용천수 역사탐방길'로 현재 항파두성에서 출발해 장수물, 옹성물, 구시물을 돌아오는 2.9㎞ 코스와 항파두성에서 출발해 장수물, 소왕물, 구시물, 옹성물을 돌아오는 6㎞ 코스를 개발했다. 항몽 유적 외 소왕물은 1600년대 진주강씨에 의해 세워진 소왕동(현재의 소앵동)이라는 마을에 있는 용천수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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