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자 박사 「제주학으로서 제주민요」

제주 소리에는 소금기가 묻어난다. 비릿한 바다 냄새만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땀방울에 모르는 사이 짓물러 붉어진 눈가 같은 것들이 켜켜이 쌓인 느낌이다. 그 느낌은 짜다기 보다 쓰다. 

제주민요에 '구성지다'는 단어를 쓰는 것이 고민스러워 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찰지다. 쫄깃하다. 대놓고 아쉬운 사정을 하소연도 하고, 잘하라는 타박도 거침없다. 

제주학으로 제주민요를 살피면 이런 것들이 삶이자 공동체로 연결된다. 

양영자 박사가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총서로 펴낸 「제주학으로서 제주민요」는 여성과 노동의 절묘한 접점을 소리를 따라 풀어낸다.

'삶의 현장을 기억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랴 만은 사회 구조와 이치 속에 인고와 억압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치열하면서도 해학적이다.  

물질이나 밭일을 하고 돌아온 저녁 시간이나 일하러 나가기 전 새벽 시간 잠이나 휴식을 물을 길어다 밥을 짓는 것과 바꿔야 했던 삶이었다. 꿩에게 물긷기를 대신 해주면 밥도 주고 집도 주겠다고 협상을 한다. 지붕 위를 빙빙 도는 까마귀떼에게 시어머니는 아들이나 딸 대신 미운 며느리를 데려가라고 으름장을 놓고 그를 본 며느리는 '살고 죽는데 차례가 없다'고 들이댄다.

문자를 뛰어넘어 제주사람들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민속지이자 미적 감수성이 버무려진 제주민요에 대해 양 박사는 "제주학 연구 대상으로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혜안과 공동체의 미덕·가치가 담긴 것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형이란 얘기로 들린다. 민속원. 3만9000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