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심 여덟 번째 시집 「사랑은 피고 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흐르는 것들도 다만 여러 날 앓은 약봉지로 남을"('여름감기' 중)터다. "속이 탈 때/저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소나기'중)도 있다. "사람 사이에 뭐가 있겠어요/서로 들어 주고 쳐다봐 주는 거지"('거울에게 시를 읽어 주는 풍으로'중)하는 목소리 끝이 살짝 떨리다 슬그머니 올라간다.

김병심 시인의 '사랑'은 묘하다. 사춘기 소년의 그것처럼 심장이 터질 듯 하다가 이내 평정을 찾는다. 상기된 얼굴을 가만히 가리고 사랑이란 글자를 지우는 대신 그리움이라 쓴다. 누가 보면 그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껏 부풀었다 아프고 가슴 아림을 경험한 뒤 단단해진다.

「사랑은 피고 지는 일이라 생각했다」는 제목처럼 내면 체험의 과정을 시어로 옮겨냈다. 총 5부 66편의 시는 사정없이 잊었던 감정을 움켜주고 흔든다. 마침표만 찍었을 뿐 정신없이 내달리기도 하고, 짧은 몇 글자로 숨을 멈춘다. 한 때 사랑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겠냐 싶다. 그래도 맞다 틀리다 훈수를 둘 수 없다. 누군들 그 답을 알 수 없는 사랑이 그러하다. 도서출판 유한회사.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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