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우상임 자작나무숲 음악감독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도민과 클래식 대중화 앞장
4·3 70주년 기념 작곡 준비

피아니스트. 다섯글자가 주는 무게는 일반인과 다른 신비함을 선사한다. 반면 이 신비함은 '나와 다른 세상'이라는 보이지 않은 선을 긋기도 한다. 이러한 선을 넘고 무게를 내려놓은 피아니스트가 있다. 바로 우상임 자작나무숲 음악감독(50)이다.

제주 토박이인 우 감독은 제주대를 거쳐 경희대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반주로 박사과정을 밟은 수재다. 고향 제주로 돌아온 것은 2000년 어느날이었다. 

우 감독은 "고향으로 돌아와 무엇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진 않았다. 귀향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고향은 '문화 불모지'였다. 대극장은 물론 피아노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는 거의 없었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에게 영감을 준 이는 바로 아들이었다.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자는 마음 하나와 제자들에게 무대 경험을 만들어주자는 결심 하나가 더해져 2002년 작은 음악회 공간 '자작나무 숲'이 만들어졌다.

자작나무 숲의 관객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연령이 관객이었다. 
지금이야 카페나 야외 공간에서 음악회를 여는 일이 흔해졌지만 15년전인 당시만해도 클래식 공연을 대중음악 공연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파격'이었다.

우 감독의 예감은 적중했다. 문화공연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은 관객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한때 자작나무숲 공연장은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찾은 어린이 관객으로 가득 찼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우 감독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천원콘서트를 비롯해 해설 음악회, 환경 음악회 등 다양한 주제의 음악행사를 기획했다.

우 감독은 제자들과 함께 자작나무숲 공연팀을 꾸려 장애인이나 소외된 이웃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도 개최했다. 

특히 천원 콘서트를 통해 모은 성금으로 피아노를 구입해 복지·청소년시설 등에 기증하기도 했다.

우 감독의 '도전'은 장르도 뛰어넘었다. 음악회 해설을 맡던 실력을 인정받아 문화행사 MC로 초대되는가 하면, 라디오 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진행자로 발탁돼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요즘에는 아코디언의 매력에 푹 빠져 1인극, 공연 등을 기획하고 있다.

우 감독 활동의 바탕에 '선입견'이란 없었다. '유학파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자작나무 숲지기'로 대중의 곁에 다가왔기에 가능했다. 대중에게는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기회를 제공하며 음악의 향기를 선사하고 있다.

우 감독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다가가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며 "내년 4·3 70주년이기에 치유음악으로 대중과 만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향 제주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것 또한 기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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