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4·3 70주년'

이시우 작 '큰곶검흘굴'.

감춰야만 했던 아픔...아직도 도민 역사인식은 제자리
70주년 맞아 14년만에 정부와 협업...'미래가치' 기대

이틀 후면 제주4·3이 발생한지 70년이 되는 해다. 매해마다 돌아오는 4·3 추념일이지만 유독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둠의 역사에서 빛의 역사로'라는 슬로건이 가장 잘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손을 맞잡고 제주4·3 70주년을 추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조사가 이뤄져 작성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14년만의 '협업'이다. 

△금기 풀렸지만 도민 대부분 '모른다'

4·3의 정의는 4·3특별법과 4·3진상조사보고서에 게재돼 있다.

4·3특별법에서는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상보고서에는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 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로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아직도 4·3에 대한 역사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과거 4·3희생자 1세대에게 4·3은 '금기'였기에 전승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4·3진상을 밝히는 작업들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 있음에도 4·3을 물으면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가 드물다.

실제로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제주도내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8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33.2%에 불과했다.

1999년 12월 국회에서 4·3특별법이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추미애 의원은 "사건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피해자 규모조차 정확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 사건을 덮어두었다. 그러나 죄 없이 죽어가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양민피해가 있었다면 이제 이를 조사해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해주는 것이 역사를 승계한 후대의 의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18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한 '호소'다.

△후손들은 잊지 말아야 할 책무

정부와 제주도간의 4·3 70주년 기념 '협업'은 1월 1일부터 본격 시작한다. 바로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사업이다.

내년 4·3이 올해와 다른 이유는 규모에 있다. 일단 예산은 지난해보다 164% 증액된 168억4300만원으로 확정됐으며, 이중 국비는 48억2500만원(28.6%)에 이른다.

4·3 70주년 관련 사업도 올해 18개, 내년 117개 등 모두 135개나 된다. 주요 사업들은 크게 숙원사업과 홍보사업 등으로 나뉜다.

새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인 '제주4·3 완전 해결'의 일환으로 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사업과 4·3 희생자 추가 신고 등이 추진된다.

4·3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사업은 제주국제공항내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조사 용역을 통해 5곳의 암매장 추정지를 밝혀냈으며 내년 4월부터 본격 추진될 방침이다.

이밖에도 △제주 청소년 4·3 바로알기 프로젝트 △제주 다크투어리즘 개발 및 운영 △4·3 바로 알기 체험 인문학 운영 △4·3 광화문 문화제 등 4·3 전국화 및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된다.

더구나 이번 4·3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도민들의 원한을 달래줄 예정이다. 이번 대통령 방문은 200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녀간 후 꼭 12년 만이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은 물론, 과거사 피해자 배·보상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앞으로의 4·3은 1세대 4·3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다시 못 올 4·3이 될지도 모른다. 2세대를 비롯한 3·4세대 후손들은 잊지 말아야 하는 '책무'가 있다.

내년만큼은 4·3의 주제대로 이뤄지길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미래가치로' 가는 2018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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