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길을 걷다

지난 6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금악마을 4·3길' 개통식을 개최하고 마을 주민 등이 상흔의 장소를 걷고 있다.

'잃어비린 마을' 곤을동·다랑쉬마을 등 4·3증언
빌레못굴·섯알오름 아픔의 역사 간직한 학살터
도, 유적 한데 묶어 '4·3평화기행 추천 코스' 마련

제주는 4·3의 상흔을 가진 섬이다. 바꿔 말하면 4·3은 곧 제주일 정도로 모든 곳에 상흔이 남아있다. 오는 4·3 70주년을 맞아 상흔의 장소를 거닐며 '4·3 잊지 않기'를 실천해보자. 제주도가 지정한 4·3 유적지는 모두 568곳이다.

△존재로 증명하는 4·3

제주에는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4·3때 마을 주민들이 모두 사살되거나 쫓겨나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진 곳이다. 지금은 비록 '터'밖에 남지 않았지만 존재만으로 4·3을 증언하고 있다.

우선 1992년 유해 11구를 발견해 4·3 진상규명 목소리를 드높였던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가랑쉬굴이 있는 다랑쉬마을이 '잃어버린 마을'이다. 유해는 1948년 하도리·종달리 주민들이 피신해 있다가 발각돼 희생당한 곳이다. 4·3영화 '지슬'의 배경이 된 장소로도 유명하다.

또 제주시 화북동 동제원길에 있는 '곤을동'도 이제는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4·3 이전에는 70여 가구가 살던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1949년 군인에 의해 초토화됐다. 

제주시 해안마을 10길에도 일어버린 마을 리생이가 있다. 80여 가구의 주민들이 밭농사와 목축업을 하며 생활했던 마을이었지만, 1948년 11 월20일 토벌대에 의해 전소된 후 현재까지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옛 마을 흔적이 잘 남아있는 곳 중의 하나다.

이밖에 대표적인 '잃어버린 마을'로 서귀포시 영남동, 무등이왓, 삼밧구석 등이 있다.

△원한을 끌어안은 '터'

시대적, 역사적 아픔을 온 몸으로 끌어안고 있는 장소들이 있다. 바로 토벌대 등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살한 '학살터'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빌레못굴은 1949년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당시 토벌대와 민보단(경찰을 보조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 걸쳐 조직된 우익 단체)을 피해 어음·납읍·장전 주민 29명이 은신하고 있었지만 결국 발각돼 죽임을 당했다. 영남대의 동굴 탐사팀이 1973년 이 곳에서 4·3 유해를 발견하기도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인근에는 섯알오름이라는 학살터가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의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학살된 장소다. 당시 증언과 자료에 의하면 무려 195명이 집단학살됐다. 위령공원도 조성돼 있어 추모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학원동 비학동산과 한모살, 복시물굴 등이 대표적인 학살터다.
 

△비경과 함께 역사를 거닐다

제주도는 이러한 유적들을 한데 묶어 '4·3평화기행 추천 코스'를 마련했다. 제주의 숨은 비경과 함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제주시 동부권·서부권, 서귀포시 서부권·동부권 등 4곳으로 나눠 구성했다.

제주시 동부권은 원도심에 위치한 관덕정에서 출발해 '잃어버린 마을'인 화북 곤을동-4·3평화공원-선흘 목시물굴-낙선동 성터-북촌 너븐숭이 기념관과 애기무덤-다랑쉬굴과 다랑쉬마을 등으로 연결했다.

서쪽으로는 정뜨르비행장-하귀 영모원-빌레못굴-진아영 할머니 삶터-만벵되 공동장지 등으로 연결, 제주시 북서지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귀포시 서부권은 동광 잃어버린 마을과 헛묘-동광 큰 넓궤-대정 백조일손지묘-알뜨르-섯알오름 등의 코스로 짜여 있으며, 동부권은 4·3평화공원-남언 현의합장묘-의귀리 송령이골-표선 백사장-성산읍 터진목 및 4·3위령공원 등으로 코스를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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