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거리

쫀득 쫀득 육즙 살아있는 제주흑돼지 구이 맹추위에 '제격'
담백한 돔베고기에 배지근한 몸국·고기국수 진한 맛 자랑

'먹방'이 대세인 시대다. 매일 먹는 음식이 지겨울 때,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들이 소개되면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유명한 요리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되면 다음날부터 관광객들의 대기행렬이 길게 늘어설 만큼 제주관광에 있어서도 음식은 중요한 요소가 됐다.

'제주'하면 해산물 요리가 우선 떠오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돼지고기 요리도 만만찮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제주는 돼지가 인구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섬이다. 지난해 6월 기준 57만2000마리로, 20년 전 29만3000마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 평균 3500마리 정도가 도축되며, 이중 70%가 육지에 팔리는 점을 감안해도 같은 기간 닭(46% 증가), 한우·육우(16.0% 감소)에 비해 돼지의 인기 높아지고 있다.

공급과 소비가 뒷받침 되면서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제주흑돼지가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흑돼지는 제주도가 2016년 10월 내국인관광객 500명을 대상으로 제주 향토음식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21.5%로 가장 많이 꼽혔다. 갈치(13.4%), 귤(10.6%), 생선회(6%), 고기국수(5.8%), 전복(5.1%), 옥돔(4.6%)을 넘어서며 제주대표 향토음식으로 떠올랐다. 또 제주흑돼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의 전국 12대 음식관광테마 식재료에도 선정됐다.

몸 전체가 빛이 나는 검은 색의 털로 덮여 있는 제주흑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고기의 질이 우수하고 쫀득한 식감과 맛이 좋아 구이로 즐겨 먹는다. 

특히 전통적으로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두툼하게 썰어 육즙과 씹는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여기에 제주 대멸치로 만든 멜젓을 찍어 먹으면 돼지고기에 풍미를 더해준다. 또 흑돼지 고기에는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주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돼지 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제주시 건입동 탑동 해안에 위치한 흑돼지거리가 대표적이며, 이외에 제주공항이나 관광지 주변으로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기름기보다 담백한 맛을 선호한다면 '돔베고기'가 제격이다. 일반적인 수육보다 삶는 시간이 길어 기름기가 적고 고소한 맛이 난다.

갓 삶은 흑돼지고기 수육을 나무 도마(돔베)에 얹어 배추나 묵은지에 마늘, 젓갈과 함께 쌈으로 먹으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사람은 소금에만 찍어 먹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찌개나 탕이 발달하지 않은 제주에서 돼지고기는 배지근한 국물 맛을 내주는 귀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제주 향토요리중 유일한 탕국인 몸국과, 1950년대 밀가루 건면 상품이 나오면서 개발된 고기국수가 그렇다.

몸국은 돼지고기 수육(돼지고기·뼈·내장·순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국물에 모자반을 놓고 끓이다가 메밀가루 넣어 끓여 걸죽하게 만든 탕으로, 바다의 향기와 수육의 진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고기국수는 핏물을 빼낸 돼지 등뼈를 무와 함께 오래 끓여 육수를 만든 뒤 돼지 수육을 얹어 만든다. 진한 국물과 수육으로 한그릇만 먹어도 든든한 고기국수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이밖에 고사리와 함께 푹 끓여내는 돼지고기 육개장, 슈바인 학센(독일식 족발)에 제주흑돼지를 결합한 족발 요리 등 돼지고기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들이 식도락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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