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여는 입춘굿

입춘굿. 자료사진

지상에 있는 신들의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이 끝나고 하늘의 새로운 신들이 오는 '새 철 드는 날'인 입춘에 민과 관, 무속이 하나 되는 판이 벌어진다. 바로 '탐라국 입춘굿'이다. 제주는 1만8000의 신들이 살고 있는 신들의 고향이라 한다. 가장 외진 변방의 섬으로, 척박한 땅에 태풍과 큰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은 제주에는 전지전능한 신이나 조상에게 의지하고자 비는 것이 생활의 방편이었다. 신들과 어우러지는 굿판, 제주의 봄을 재촉한다.

△부활 20년 새로운 시작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도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탐라국 입춘굿은 탐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승 문화 축제다. 탐라국 왕을 비롯한 민·관·무(巫)가 하나 돼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놀이였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그 맥이 끊겼다가 74년 만인 1999년부터 문화관광축제로 부활·재현되고 있다. 올해로 부활 20년이다.

올해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신명, 그 아름다운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25일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입춘 절기의 본래 성격이 그렇듯, 이 놀이로 우리의 삶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기차게 되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굿판으로 들썩

탐라국 입춘굿 본굿에 앞서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오후 5~7시) 제주중앙지하상가에서 시민참여축원마당이 열린다. 다음 달 1일 오전 11시에는 관덕정 마당에서 기원코사 및 춘등 걸기 행사가 마련된다.

다음 달 2일 입춘거리굿에는 오전 9시 도내 관공서와 제주공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춘경문굿으로 탐라국 입춘굿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제주시청 앞에서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가 진행된다. 오후 4시40분에는 시청과 용담1동주민센터, 산지천광장 등을 지나는 입춘거리굿이 펼쳐진다. 또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식인 '사리살성'이 이어지고 춘등점화를 통해 제주목관아 일대에 기원의 불을 밝힌다.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모시고 고사를 지내는 '낭쉐코사'로 첫날 행사를 마무리한다.

이틀째인 3일 열림굿에는 칠성굿과 입춘휘호, 봄을 맞은 청년들의 소망을 랩으로 표현한 '랩으로! 봄을 여는 이야기', 제주의 일과 놀이를 노래판굿으로 꾸민 공연 '우리할망넨 영 살앗수다'(우리 할머니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뚜럼브라더스 등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제주목관아에서 열린다.

입춘(立春)인 4일에는 한라산 영실기암을 중심으로 제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제주 1만8000 신들을 청해 들이는 제의인 '초감제', 제주 전승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 낭쉐를 몰며 직접 농사를 짓는 과정을 시연하는 '낭쉐몰이' 등이 펼쳐진다.

시민들은 부대행사로 마련된 전통놀이와 꼬마낭쉐 만들기, 입춘 춘첩 쓰기, 전통국궁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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