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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탑] 원 도정의 정책에 협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기사승인 2018.02.13  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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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석 이사 논설위원·서귀포지사장

일방통행으로 부작용 초래

지방자치가 본격 부활한지 20년을 넘으면서 정부·지자체가 수립하는 모든 정책은 주민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기대했던 공공과제 해결의 효과를 실현할 수 있는 책무를 안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정책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관련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입안 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조정이나 관계기관 협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 부족에서 발생한 일방통행식 정책은 공공과제 해결은커녕 갈등 양산, 혈세 낭비, 주민 불편 등 예기치 못한 문제점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임기말에 접어든 원희룡 제주도정이 올해들어 발표한 △버스 중앙차로제 확대 △제주시 도심지 외곽 도로 신설·확장 등 주요 교통·도로 정책들도 일방통행식으로 수립되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차로제는 작년 8월말 시행된 후 혼란·불편이 속출하고 있지만 원 도정은 개선책 없이 200억여원을 들여 국립박물관~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의 동서측 구간 등 11㎞를 확대키로 결정, 시민을 무시하고 있다. 중앙차로제가 인도폭 축소의 보행권 침해는 물론 좌회전·유턴 금지에 따른 이면도로 혼잡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음에도 확대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박물관~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의 동서측 9km 구간에 확대될 중앙차로제는 5개월전 시행한 가로변 차로를 폐지, 근시안적 행정을 드러냈다. 심지어 국립박물관부터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까지 9㎞ 구간에 투입된 가로변차로제의 도색 비용 등 혈세 5억원 이상을 사장시킨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원 도정은 혈세 5억원을 낭비한데 따른 사과는커녕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 샐러리맨 등 서민에게 5억원은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거액임에도 교통부서는 푼돈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제주시 도심밖 도로 신설·확장을 추진하는 도로 부서 역시 부작용이 우려되는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시 도심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4634억원을 들여 애조로·연북로·연삼로와 연결하는 남북측 5개 도로와 동서측 2개 도로 신설·확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목적지까지 더 빠른 길을 선택하는 운전자들의 기대 심리로 신설·확장 도로에 되레 차량 수요가 늘면서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는 '교통계획이 역설'이 것이다. 독일 수학자 디트리히 브래스가 발표한 '교통계획의 역설'은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만든 도로가 오히려 차량 수요를 증가시켜 도로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이론이다. 

주민참여 확대 신뢰 회복해야

원 도정의 교통·도로 정책이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은 협치 행정을 스스로 부정한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도민들과 협력·소통하는 수평적 협치로 고품질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을 우습게 보는 '수직적 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 도정이 남은 임기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 시스템을 보다 확충해 정책을 재검토하는 인식 전환이 필수다. 특별자치도 출범후 제주도 공직사회에 보다 많은 중앙권한이 부여되는 것과 동시에 주민들이 제주도정의 모든 정책에 참여하는 범위도 확대돼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옛 말의 '불치하문'(不恥下問)도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정책결정에 반영해야 협치 행정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 위주로 입안·결정된 정책은 주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할뿐더러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박훈석 기자 hss9718@hanmail.net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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