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여행온 20대 여성 관광객이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동부경찰서에 세워진 피해자 차량. 고경호 기자

술자리 후 실종 불구 동석자 범죄사실조회 늦장
유력 용의자 한정민은 이미 준강간 혐의로 기소
게스트하우스 방문 당시 유류품·차량 발견 못해

속보=제주경찰이 20대 여성 관광객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눈앞에서 놓쳤다.

해당 용의자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등 초동 수사 부실을 입증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3일 제주지방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8일 관광객 A씨(26·여·울산)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한정민(32)은 지난해 12월 11일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지난해 7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11일 준강간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A씨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가 이미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A씨는 지난 7일 제주에 도착한 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가 11일 낮 12시20분께 인근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0일 오전 10시45분께 A씨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 이날 오후 1시10분께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한씨를 만나 조사까지 벌였지만 타살 등 사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 실종에만 무게를 두면서 한씨를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았다(본보 2월13일자 4면).

특히 경찰은 이날 오후 7시30분에야 한씨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 연락 두절된 한씨를 추적했지만 한씨는 이미 항공편을 통해 육지로 도주했다.

A씨가 한씨를 비롯한 투숙객 10여명과 술자리를 가졌던 직후 실종된 만큼 경찰은 수사 초반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술자리 동석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전과 등 범죄사실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단순 실종으로만 치부하면서 한씨에게 도주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찰이 A씨의 차량에서 지문을 채취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경호 기자

이외에도 경찰은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창고에 보관돼 있던 A씨의 유류품과 500m 거리에 세워져있던 차량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동부서 관계자는 "한씨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당시에도 실종자에 대한 수색이 우선이었다"며 "특히 이미 연락이 두절된 상태여서 항공기에 오르기 전 붙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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