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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 밟아 건져낸 4·3정신 시어로

기사승인 2018.02.13  1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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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시인 4·3 다룬 네 번째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

“…온통 언 땅 속에서도/생명의 봄은 있었네//억새도 갈옷 벗어/연두빛 봄맞이 하고//이름 없는 무덤들/고운 잔디옷 저리 푸르네//맺힌 원정 앙금 풀어/봄바람 속 가벼이 흐르니//솟아오른 마음이 영을 달래듯/그렇게 무리 지어 목 놓아 우네”(‘까마귀가 전하는 말’ 중)

제주 까마귀는 ‘까악까악’이 아니라 ‘꺼이꺼이’운다는 말은 단순한 농으로 들을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제주4·3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자리를 지켜온 김경훈 시인이 제주4·3만을 담은 네 번째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을 상재했다.

그동안 그의 걸음을 아는 까닭에 시어 하나, 시집 한 장이 꺼끌꺼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금방 피 맛을 본 듯 단단히 각이 졌던 글들이 어딘가 매끈해졌다 느껴지는 것은 전국형무소를 포함한 4·3유적을 순례하는 시간이 만든 흔적이다.

제1부에는 제주4・3 일지별로 쓴 시들로 ‘다시 8.15를 생각한다’외 21편으로 구성됐다. ‘점령군’, ‘1947년 3월 1일’, ‘계엄령’, ‘예비검속’ 등 제주4・3의 굵직한 연대기적 사건들을 시로 형상화했다. 이 21편의 시로도 제주4・3의 전 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제2부에는 제주시 동부에서 시작해 제주섬을 동쪽으로 일주해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마무리되는 제주지역 4・3유적지에 대한 순례시 ‘대토벌, 봉개리에서’ 외 26편이 담겼다. ‘북촌리에서’, ‘아, 다랑쉬’, ‘터진목’, ‘섯알오름 길’, ‘이덕구 산전’ 등이 실렸다.

제3부에는 시인의 전국 형무소 순례 기록이 시로 옮겨졌다. ‘인천소년형무소 터에서’, ‘평택 대추리’, ‘다시 노근리에서’, ‘5・18민중항쟁추모탑 앞에서’, ‘귀무덤’, ‘오키나와 평화공원’, ‘난징대학살 기념관에서’ 등 전국과 세계의 학살지와 관한 22편의 시들이 담겼다.

현재 시점에서 제주4·3을 바라보는 제4부 시사시(時事詩)들에는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뭘 가지고 4·3정신이라고 하는가?//화해와 상생?/평화와 인권?/어둠에서 빛으로?//자주독립과 해방통이/4·3의 정신이다…”(‘4·3정신’ 중)

“…정작 와야 할 사람 올 생각 않는데 올 마음 전혀 없는데//차 떼고 포 떼고/가리고 추려내서 결국 무얼/어쩌자는 것인가/차나 포도 결국 사람이 끌고 미는 것이다…”(‘아예 오지 마시라-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제주 4·3위령제 참석에 대해’중)

시인의 소신 앞에 눈 둘 곳을 찾지 못한다면 제주 4·3 앞에 좀 더 자세를 낮춰야 한다.

김 시인은 제주4·3으로 「고운 아이 다 죽고」 「눈물 밥 한숨 잉걸」「한라산의 겨울」을 냈다. 일본어판 4·3시집 「不服從の漢拏山」을 상재했다.

이밖에도 「운동부족」, 「우아한 막창」, 「삼돌이네 집」, 「동멩이 꽃 한송이도」, 「강정은 4·3이다」, 「그날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이상 시집), 「낭푼밥 공동체」(산문집), 「살짜기 옵서예」 「소옥의 노래」(이상 마당극 대본집) 등이 있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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