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한라병원·제주근로자건강센터 공동기획
근로자 건강지킴이 '로하스 프로젝트' 3. 중증외상환자 치료

20대 중국인 교통사고로 중상…권역외상센터서 치료
응급실 빠른 전원 결정 및 의료진 합진으로 목숨 구해

사고 예방 위한 제도적 개선 물론 안전의식 제고 절실

권오상 전문의

△22분만에 이송 결정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제주에서 일자리를 찾은 외국인 청년 상하이씨(26·가명)는 지난해 겨울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119 구급대에 의해 상하이씨가 서귀포시내 병원으로 이송된 시각은 오전 8시13분. 해당 병원 응급실은 혈복강이 의심됨에 따라 22분만에 상하이씨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키로 결정했다.

한라산이 솟아있는 제주도의 지리학적 특성상 만약 해당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실시한 후 제주시로 이송 결정을 내렸다면 상하이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응급실 전문의의 빠른 결정으로 이날 오전 9시35분께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상하이씨는 권역외상센터장을 비롯한 3명의 외상전문의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당시 외상팀 및 마취과·응급혈관센터 전문의 등 의료진은 대량 수혈을 준비하면서 컴퓨터 단층촬영을 실시해 상하이씨의 비장과 좌측 신장이 고도로 손상된 것을 확인했으며, 혈압과 맥박이 악화되는 점을 고려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건강 회복해 고향으로

상하이씨는 수술 후 3일만에 안정돼 일반 병실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복부 수술 후에는 걷는 것이 회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지만 상하이씨는 동반된 요추 돌기 골절과 다발성 갈비뼈 골절로 침상 안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나자 상하이씨는 복통과 복부 팽만을 호소했다. 복부 수술 후 유착성 장폐쇄증이 합병증으로 발생한 것이다.

비-위관 삽입 후 위액을 배액하면서 약 일주일간 경과를 관찰했지만 호전이 없어 주치의는 첫 수술 후 2주째 재수술을 결정했다. 재수술 과정에서 유착으로 인해 손상된 소장 일부를 절제해 접합했다.

상하이씨는 금식이 오래 지속되자 자신이 죽는 줄로 알고 있었다. 한국어,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환자에게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금식과 걷기 운동을 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으나 간간히 병동 내 중국어 가능한 보호자를 통해 현재의 상태와 걷기 운동의 필요성 등을 설명할 수 있었다.

상하이씨는 입원 한 달만에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고, 40여일 후에는 퇴원이 결정됐다.

그러나 상하이씨는 국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금액의 병원비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을 중국인 청년이 오히려 빛 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이다.

최근 사업주의 무단한 노력으로 자동차 보험 및 손해 보험으로 수술비가 해결돼 상하이씨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닥친 일순간의 사고로 젊은 청년의 꿈은 산산조각 난 것이다.

△중증외상환자 관심 증가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여러 사건들과 함께 증가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란 여러 형태의 사고로 생명에 위협이 되는 손상을 입은 환자를 말한다.

제주도에서 발간한 '제주손상감시 실태보고서 2017년 10호'에 따르면 충돌·자상·절단·물림 사고로 인한 손상환자가 2만4699명(42.7%)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운수사고 1만3074명(22.6%) △낙상·추락사고 1만1336명(19.6%) 순으로 집계됐다.

또 운수사고 손상 환자의 사고 발생 장소는 △(구)제주시 지역 1만300명(78.8%), △(구)서귀포시 지역 2518명 △동부지역 118명(0.9%) △서부지역 138명(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종 사고 발생 후 대처도 중요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거니와 개인적으로는 교통안전 의식(안전운행, 안전벨트 착용 등)의 계몽도 수반돼야 한다. 고경호 기자 

■도움말=권오상 제주한라병원 외상외과 전문의

가면에 가려진 스트레스 감정노동 근로자 옥죈다

최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라는 용어가 화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속은 우울한 상태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근로자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고객응대 업무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감정 노동 근로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피로감과 직무 스트레스를 느낀다.

특히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 할 경우 개인의 성과는 물론 조직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또 스트레스는 우울증, 신경과민,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해 결국 근로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는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근로자건강센터는 '우리회사 주치의' 협약을 신청한 사업장 중 콜센터, 호텔 등 서비스업 관련 사업장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실제 제주근로자건강셍터는 A콜센터에 근로하는 12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잠재적인 스트레스군 및 고위험 스트레스군 12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예방 집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두시간씩 총 8회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힐링 스트레칭' '음악 명상' '자화상 그리기' 등을 실시했다.

또 근로자들이 심리 프로그램의 여러 방법을 통해 자신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고 심리적 긴장감 해소하며 부정적인 정서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 심리 프로그램 전·후를 비교 분석해 호전도를 평가하는 등 해당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근로자들의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문의=064-752-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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