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

'방애' 방목 위주의 목축문화의 대표적 산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 제주들불축제로 승화

화산섬 제주의 불은 탐라 천년의 역사와 제주인들에게 삶의 동력이 돼 왔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불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제주의 방앳불(들불)도 그 중 하나다. 

제주는 예로부터 말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목축문화는 자연환경과 목장역사의 산물이다. 목축문화의 기원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고려사」에 등장하는 제주도의 말 관련 사료에 근거할 때 고려시대에는 이미 목축문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의 경우 고려 말인 1276년부터 몽골(원)에 의해 설치된 탐라목장이 그 시초다. 조선시대에는 '십소장'과 '산마장', '우도장' 등이 운영되면서 제주지역의 마필 수가 전국 마필 수의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축산정책에 따라 설치된 마을공동목장은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제주에 남아있는 대표적 목축문화로는 '말총공예'를 비롯, '마조제'와 '공마해신제', '백중제', '방앳불놓기' 등이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방앳불놓기'에서 유래됐다.

목야지에서 공동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불을 놓아 잡초나 초지를 태우는 것을 '방애'(놓기)라고 불렀다. 

제주인들은 마소의 사육을 방목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목축지 정비차원에서 방애를 놓았다. 마소를 들에 방목해 기르는 제주도에서는 초지를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방애'는 이른 봄 들판에 쌓였던 눈이 녹아 마른 물이 드러나는 음력 2월이나 3월 초순에 이루어졌다. 새 풀이 돋아나면 마소를 방목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해야 했다.

'방애'를 하면 진드기 등 각종 해충을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새 풀이 잘 돋아난다. 가축들에게 먹이기 위한 양질의 목초 생산은 물론 진드기 등 병충해 박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농약이나 약품이 없던 시절 선조들의 지혜의 산물인 셈이다. 

과거 방앳불을 놓을 때면 제주 중산간 일대가 커다란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광활한 불꽃이 이는 등 장관을 이뤘다고 전해진다.

방앳불놓기는 중산간에서의 목축활동이 위축되고 1970년대 정부의 산림보호 정책에 따라 금지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1997년 제1회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로 개최되면서 방애불 놓기의 명맥이 이어졌다.

제주들불축제는 원래 정원대보름을 전후해 개최됐었으나 기상 악화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진행의 어려움과 방문객들의 불편이 초래되면서 2013년부터 새봄이 움트는 경칩이 포함된 주의 주말로 변경돼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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