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방남 허용여부에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중"…명확한 입장은 유보

2006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 때의 모습.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사진(왼쪽)과 당시 한민구 남측 대표(오른쪽)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2010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 등을 위해 방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가 (천안함)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져 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인 김영철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있는 천안함기념관에는 파괴된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해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봤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서 "한국은 다양한 제재가 해제되고 특정한 개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엔과 협력해왔다"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 같은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2013년 3월 7일 새벽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빨간 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했다고 8일 보도하며 공개한 노동신문 사진.

노어트 대변인은 "이 문제에서 우리의 역할은 한국 정부의 가까운 동반자이자 동맹으로서 일하는 것이고,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고, 이것(김영철 방남)은 그런 부분에 포함된다. 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한국에 김정은의 여동생이 왔을 때처럼"이라고 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부와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통일된 대응을 위해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북한 대표단을 구성하는 개별 인사들에 대한 보도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남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을 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었지만 한미 간 협의를 거쳐 방남이 허용됐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9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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