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주의 모든 것

고소리술 만드는 모습. 자료사진

좁쌀·지하수로 빚어낸 깔끔한 고소리술
달콤한 오메기주…혼디주는 산뜻한 풍미

물맛 좋기로 소문난 제주에는 대대로 이어져 오는 '탐라명주(耽羅名酒)'가 있다. 맛이 깊고 천연의 과실향이 은은히 퍼지는 제주의 전통주 고소리술(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1호)이다. 또 오메기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오메기술과 감귤을 발효한 혼디주까지 다양한 전통주가 애주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소리술

고소리술은 제주의 토종 좁쌀과 지하수로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 토기로 된 증류기인 고소리에서 술을 내린다 하여 고소리술이라고 불렸다. 고소리술의 특징은 맛이 깊고 방순하며 순한 듯하면서도 은근하게 올라오는 취기로 인해 술을 마시는 흥취가 있으며, 숙취가 없이 뒤끝이 깨끗하다.

고소리술을 빚는 방식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규격화된 술과 달리 다소 복잡하다. 좁쌀 등 잡곡을 이용해 오메기떡을 만들어 물에 넣어 끓인 뒤 재래누룩과 섞어 술독에서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난 오메기술을 쇠솥에 담고, 그 위에 소주 증류기인 '고소리'를 올린 후 장작불로 끓이면 고소리 안에서 알코올 증기가 이슬로 변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모은 술로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해 공장에서 만든 술과 차별화된다. 그러다 보니 향이나 맛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메기술

제주인들이 즐겨 마셨던 오메기술(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은 고물을 뭍히지 않은 오메기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것이다. 한국 민속주 중 구멍떡으로 빚은 술로 보존가치가 높아 1990년 제주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초여름 밀·좁쌀·보리 등을 곱게 빻아 깨끗한 물로 반죽한 다음 숙성시킨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노랗고 푸른 곰팡이가 피어야 제대로된 누룩이다. 도수는 12도로 쉰다리보다 알코올이 강하고 막걸리보다 달콤하다.

오메기술은 예부터 고소리술과 함께 추석 명절을 비롯한 당제·포제·제례 등에 빠지지 않는 술이었다. 1949년 '주세법'과 1950년 '양곡관리법' 등으로 맥이 끊기기 이전에는 집집마다 오메기술을 빚을 정도로 즐겨 마셨다. 현재는 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보유자에 의한 전승이 이뤄지고 있다.

△혼디주

혼디주는 서귀포시 신례마을에서 생산되는 감귤을 이용한 발효주다. 혼디는 제주 방언으로 '함께'라는 뜻으로 혼디주는 '함께 마시는 술'이라는 뜻이다.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고 남원읍 신례리 140여 감귤농가에서 감귤을 직접 조달해 수작업으로 껍질을 벗기고 원료를 착즙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발효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다. 알코올 도수도 12도로 낮으며 달콤하고 산뜻한 풍미가 있어 20~30대 젊은층과 여성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혼디주 사업은 감귤을 이용한 생산과 가공, 판매를 결합시킨 '6차 산업'이라는 점, 감귤을 활용한 새로운 관광상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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