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지 모르겠지만 술만 봐도 그 지역 특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술은 단순히 마시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가 녹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전해지는 방식을 지키면서 특유의 맛과 향을 담는다. 대중화는 더디지만 그 맛에 마신다는 얘기가 기분 좋게 통한다.

쌀과 물이 귀한 제주에서는 증류주인 고소리술과 차조로 빚은 오메기술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순박하다.

그렇다면 쌀 주산지나 물이 맑다는 지역의 술은 어떨까.

조선시대 3대 명주로 불렸던 경기도 파주의 '감홍로'와 전라북도 전주의 '이강주', 전라북도 정읍의 '죽력고'가 대표적이다.

붉은빛을 띤 달고 맛있는 이슬 같은 술이란 뜻으로 고도주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감홍로'는 춘향전과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술이다.

토종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간다 '이강주' 고급 약소주다. 울금이 들어가 옅은 노란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며, 도수가 높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죽력고'는 대나무를 토막내 불을 지펴 흘러내리는 대나무즙 '죽력'에 대잎, 석창포, 계심 등을 넣고 소주를 내려 증류시킨 술이다. '고'는 술의 극존칭으로 최고급 약소주에만 붙일 수 있어 그 명성이 뛰어나다.

조선 3대 선약이라 불리는 지초의 뿌리와 쌀, 오직 2가지로 빚은 술인 전라남도 진도의 '홍주'는 붉은빛이 마치 홍옥과 같이 붉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45~48%에 달하는 고도주다.

경상북도의 '안동소주'는 집안마다 독특한 재료와 고유의 방법으로 빚은 대표적인 가양주다. 한때 순곡주 생산 금지법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지금은 제조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맥을 잇고 있다. 쌀 특유의 은은한 향이 나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또한 예로부터 상처소독이나 배앓이, 소화불량 등의 구급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로는 경상북도 경주의 '교동법주'가 있다. 교동법주는 궁중에서 음식을 관장하던 최국선이 고향으로 내려와 최초로 빚은 술로, 조선 숙종 때부터 300여 년을 계승해온 경주 전통 민속주다. 외관이 맑고 투명한 미황색을 띠며, 특유의 향기와 감미가 좋다.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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