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4월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서 '봄이 오고 있다'고 선언했고, 세계가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온 '한반도의 봄'에 주목한다. 말 그대로 평화의 봄이다.

두 손 모아 '기다려 봄'을 외치는 발 구름도 올해로 15년이란 정주년을 찍는다. 제민일보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의 시작점은 제주4·3 완전 해결이었다. '제주4·3'이란 화두를 놓고 불필요한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유족회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대신 제주4·3이 목표로 하는 평화와 인권을 달리는 이유에 담았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서 밑줄 하나를 더 그었던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고,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는 언급은 화해·상생을 통해 평화를 완성하자는 대회 모토와 맞물린다.

'봄'이란 상징성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오늘'을 달려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축적만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유기적으로 잇는 서사가 역사다. 작은 물방울이 개울과 시내와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르듯이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함도, 누구든 경험해선 안 될 아픔도,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비극도, 그런 것들을 공유하는 과정도 모아져 역사가 된다.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노화는 지력이나 체력에 앞서 우선 감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살아있음을 확인할 때 살맛이 난다. 역사를 기억하고 달리는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함께하는 것 만큼 숨이 찰 지언정 가슴 벅차다. 그 안에서 땀을 흘린다. 그 땀이 새로운 역사라는 씨가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을 내딛으며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게 힘을 전달한다. 이런 황홀한 경험을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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