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자료사진

척박한 땅에서 삶 일군 제주인과 유사
개발 등 인간의 이기로 터전 위협받아 

고귀한 생명 피어나
어머니의 산 한라산을 품고 있는 제주 땅에서는 수천의 고귀한 생명들이 태어나고 살고 있다. 가끔은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르는 바다 밖 생명도 넉넉하게 품어주며 지천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계절마다 제주를 대표하는 꽃들도 다양하다. 때문에 제주는 시기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봄소식을 바람보다 더 빨리 우리 곁에 찾아오는 매화,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벚꽃과 봄의 기운은 제주 땅에 퍼지게 하는 유채꽃,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수국, 은빛 색 하나만으로 가을을 느끼게 해주는 억새.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내고 생명을 피어내는 동백꽃 등등. 제주의 들녘은 멈춤 없이 조금씩 그 색을 달리한다.

아름다움과 생명력 
제주에 있는 꽃 중에서도 야생화는 제주인의 삶과 무척이나 닮았다.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려 강인한 생명력으로 비바람을 버텨낸다.

제주 야생화는 올레길을 걷다가, 오름을 오르다, 해변을 거닐다 눈에 띄는 생명들은 긴 여행의 쉼표다.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는 한 시인의 시 구절처럼 쉽게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 따르면 도내 자생식물은 2000여종으로 '들꽃' '야생화'의 정의를 따로 두진 않는다. 산과 들에서 피어나는 풀, 꽃은 물론 나무에 피는 꽃마저 포함하는 종합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무데서나 피지만 활용도로 따지면 풀 한 포기, 꽃잎 하나 버릴 수 없다. 들꽃은 오랜 과거부터 관상용에서 출발해 식용, 약용 등 다방면으로 쓰임새가 많았다.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혼자 힘으로 피어난 순결한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한다. 이 같은 다양한 매력은 예술인들에 영감을 제공하며 문화예술의 소재로 새로운 생명을 얻기도 한다.

제주의 꽃들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아름다움'과 '생명의 의지'로 표현하면서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인간의 이기로 위협받아
제주인과 닮은 야생화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이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함부로 꺾거나 그들의 터전을 개발로 파괴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자연환경생태정보시스템에는 자연적·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멸종위기종Ⅰ과 학술적·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멸종위기종Ⅰ등 모두 27종이 등록됐다.

한란은 식물종 자체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191호로 지정됐다. 청초하고 우아한 모습을 갖추면서 동양란 중 가장 진귀한 식물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노루가 잘 먹고 오랫동안 관상용으로 채취되면서 멸종위기에 놓였다.

조선 시대 임금님 진수성찬에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수생식물인 '순채'도 멸종위기식물이다. 산업화에 따른 개발로 습지 생태계가 파괴되면서다. 도내에서는 선흘리 동백동산 먼물깍에서 수면위 순채와 올방개가 어울린 경관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국내에서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만년콩은 서귀포시 돈내코계곡 일대에 10여개의 극히 한정된 개체만 자라고 있다. 약용·관상가치가 높아 무분별하게 채취되면서 멸종위기에 이르며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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