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정책선거 실종 역대 최악

오는 6월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으면서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방선거는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일꾼을 뽑는 도민 축제다.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통해 도민들에게 저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한다. 도민들은 후보들이 내놓은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들을 비교해보고 지역발전의 적임자라 생각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그런데 도민 축제가 돼야 할 지방선거가 후보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비방·흑색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정책대결을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헐뜯는 네거티브에 혈안이다.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도 난무한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 간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역발전과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경쟁은 뒷전인 채 서로간의 '말꼬리 잡기'와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만 일삼으면서 선거를 진흙탕에 빠트리고 있다. 

도지사 선거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폭로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물론 선거에서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일단 공격하고 보자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는 검증이 아닌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제주의 미래를 해치는 질 나쁜 네거티브일 뿐이다. 오죽하면 이번 도지사 선거를 두고 도민사회에서 "이처럼 지저분한 선거를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 제주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무수히 많다. 제2공항, 오라단지, 행정체제 개편, 4·3의 완전 해결 등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하다. 지역경제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부동산 호황과 개별공시지가 상승으로 저소득층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할 만큼 취약계층의 삶도 팍팍하다. 그런데 정작 후보들은 이들 현안 해결과 미래 비전에 대한 정책대결은 외면하고 서로에 대한 소모적인 비방전만 일삼고 있다.  

네거티브는 또다른 네거티브를 부른다. 내가 네거티브를 하면 상대 역시 네거티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학자 커윈 스윈트는 저서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에서 "유권자들은 정치판의 추악한 중상모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효과적으로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정보는 보다 눈에 띄고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알리기는 너무 어렵지만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키기는 쉬운 네거티브의 유혹을 쉽게 떨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도를 넘는 네거티브 선거는 도민들의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르고 지역사회의 대립과 반목 심화 등 부작용이 크다. 예전 여러 선거에서도 유권자를 현혹하고 서로 죽이지 않으면 죽는 편가르기와 네거티브로 도민들의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지역발전을 후퇴시켰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지사 후보들이 과거의 잘못된 선거병폐를 답습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유권자가 불량후보 심판해야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일꾼임을 자처하는 만큼 더이상 네거티브가 아닌 실질적인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민들도 제주발전과 미래를 위해 똑똑한 선택을 해야 한다. 후보들의 구체적인 공약과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책대결은 외면한 채 상대방을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일삼는 불량 후보에게는 결코 표를 주어서는 안된다. 네거티브가 결코 발붙이지 못하도록 누가 제주의 진정한 일꾼인지 가려내는 도민들의 냉철한 눈과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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