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 별미 자리물회·한치물회…된장 육수 특징
반찬이 필요없는 자리젓…피로회복에 좋은 한치회무침

자리돔과 한치는 여름철 제주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쫄깃쫄깃'이 한치의 식감이라면 자리는 '오독오독' 씹고 즐기는 맛이 그만이다. 무더운 여름 자리와 한치 요리로 몸과 마음의 피로를 날려보자.

△무더위도 이겨낼 '자리물회'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별미는 '자리물회'다. 제주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으면서도 제주가 아니면 먹기 힘들다. 예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와 송산리 보목리에서 난 자리를 으뜸으로 쳤다. 푸들푸들 생기 있는 자리돔을 잘게 썰고 마늘, 부추, 고춧가루, 식초 등을 넣은 후 된장으로 양념하고 시원한 생수와 얼음을 부어 먹으면 한여름 무더위도 거뜬히 이겨낸다. 특히 옛 제주인은 식초 대신 상큼한 향이 독특한 나뭇잎 '재피'를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시내 일부 유명 식당에서는 자리물회와 재피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 옛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

△제주밥상의 밥도둑 '자리젓'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젓갈은 귀중한 찬거리였다. 특히 자리젓은 한 여름철에 담가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먹었다. 사시사철 제주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었던 셈이다. 싱싱하고 크지 않은 자리를 통째로 소금을 뿌리고 방망이로 살짝 두들긴 후 작은 항아리에 물기 없이 차곡차곡 넣어 소금을 소복이 쌓아 담근다. 맨 위에 호박잎을 덮고 가장자리에 사기그릇을 쪽편으로 덮어 놓으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콩잎, 호박잎, 배추잎 등 '송키'와 고춧가루·마늘 등과 양념한 자리젓만 있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 없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말 그대로 '밥도둑'이다. 

△짭조름한 고소함 '자리구이'
자리구이는 뼈째 먹는 생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짭조름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굵은 소금을 치면서 불에 구워내면 요리 끝이다. 과거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보리파종 때 밭모퉁이 언덕바지에 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소금에 절인 자리돔을 구워 먹는 풍경이 흔했다고 한다. 콩깍지대, 고사리대 마른 것, 참깨 마른 줄기 등 굽는 불의 재료에 따라 자리구이의 맛이 다르다. 이 밖에도 소금을 많이 넣어 꼬들꼬들한 자리돔을 그릇에 넣어 밥솥에 쪄낸 '찰레', 나물과 미역과 함께 자리젓을 넣어 끓인 국 '자리젓국' 등이 제주대표 향토음식으로 꼽힌다. 

△숙취해소에 제격 '한치물회'
물회는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주의 물회는 조금 특별하다. 물회에 들어가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제주에서는 초고추장이 아닌 된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탱탱한 한치와 식감을 더해주는 사각한 오이, 각종 신선한 채소 등이 함께 어우러진 한치물회 한사발이면 여름철 더위가 절로 달아난다. 특히 살아있는 싱싱한 한치는 비타민 E와 타우린이 풍부해 숙취로 쓰린 속을 다스리기에는 한치물회 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군침 도는 '한치회무침'
한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한치회무침은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별미 중에 별미다. 얇게 채 썬 한치를 부추와 양파, 무, 깻잎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버무리기만하면 끝이다. 매콤한 한치회무침을 소면 등과 함께 비벼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한치회무침은 피로회복 등에 탁월해 더위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입맛과 생기를 되찾아준다.

△야들야들한 '한치 숙회'
한치 숙회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이다. 잘 손질한 한치를 식초 등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내기만 하면 된다. 술 안주로도 좋아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여름철 대표 안주이며 초고추장까지 찍어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특히 열량도 낮아 여름철 몸애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 심장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