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연안 수온 상승
토착어종 대명사 자리
독도에 자리잡기 시작

회유성 어류와 달리 제주지역 대표 토착어종인 자리돔은 예전부터 제주에서만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리에 머물러 산다고해서 '자리돔'이라 불릴 정도로 집돌이이자 집순이지만 최근에는 남해안은 물론 울릉도와 독도에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독도 바다가 자리돔, 용치놀래기 등의 아열대어종과 해조류가 많아지는 등 수산생물이 풍부한 생태계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10년간 독도주변해역의 수산자원을 조사한 결과, 자리돔 등 아열대어종 출현이 두드러지고 해조류 생물상의 종조성이 다양화되는 등 해양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독도해역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아열대 토착어종인 자리돔이 기존의 연어병치, 빨간횟대, 참홍어 등을 밀어내고 독도 앞바다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서만 살아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지던 자리돔이 최근들어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과 울릉도 해역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는 대마난류를 타고 북상한 원인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남부 연안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리돔'라는 이름이 한자리에 머물러 산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더 이상 한자리에 머물던 자리들이 지구환경 변화로 여러 자리를 옮겨 다니게 됐으니 이름의 유래를 바꿔야 할 지경이 됐다.
이제는 제주자리돔이 아니라 남해안자리돔, 울릉도자리돔, 독도자리돔이 지역특산물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자리돔이 더 이상 집돌이 집순이가 아닌 '바다의 방랑자'로 불러질 수도 있다는 말이 자칫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어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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