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께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인근 무수천 계곡 응지석에 등산암반용 볼트 수십개가 발견됐다. 한 마을 주민은 "이 곳 외에도 무수천 계곡 암벽 곳곳에 박힌 암벽등산용 볼트가 10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무수천 계곡 암벽등반 명소로 알려지며 훼손 심각
사고 위험 아찔…제재 근거없어 시·경찰 관리 손놔

제주시 해안동에 사는 A씨는 오랜만에 무수천 계곡을 찾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높은 족히 8~10m 높이의 암벽마다 암벽등반용 볼트가 박혀있던 것이다. 

A씨는 "무수천 계곡 암벽마다 박힌 볼트가 1000개는 된다"며 "사고 위험도 높아 현장에서 암벽 타는 사람들을 말려보기도 했지만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니 막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인근에 위치한 무수천 계곡은 약 25㎞ 길이의 긴 하천으로, '광령8경'으로 불리는 마을의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다.

현재 이 곳이 전국적인 안벽등반 명소로 알려지며  자연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광령8경 중 제3경인 용안굴을 확인하니, 약 8m 높이의 암벽에 작은 볼트가 30여개 박혀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광령8경 중 제2경인 응지석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약 10m 높이의 암벽에 수십 개의 볼트가 꽂혀있었다.

그런데도 행정이나 경찰에서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하천법 등에서는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토지형질변경 등의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헬멧 등 안전장비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암벽에 박힌 볼트에 매달려 로프를 타고 오르는 등의 아찔한 장면도 일부 목격됐다.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고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무수천 계곡 암벽 코스' '광령계곡 클라이밍' 등의 게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유료 관광체험 코스'도 영업되고 있다.

안전하게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코스를 지정해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민원이 제기돼 무수천 계곡을 방문했지만 볼트 위치가 높아 조치하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볼트를 암벽에 박은 사람을 찾기 어려워 복구 명령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을 다시 확인해 민원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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