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인 6월 28일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넘을 수 없는 산'이라 생각됐던 세계 최강 독일을 월드컵 무대에서 꺾었다. 한국 축구가 독일을 이긴 것을 두고 전 세계가 '기적'이라 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축구다.

월드컵 이후 잠시 식었던 축구 열기가 제주에서 되살아난다. 바로 8월 10일 개막, 25일까지 16일간 제주종합경기장축구장과 애향운동장 등 제주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26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영건들이 각축을 벌인다.

# 축구의 매력
백록기 대회에서는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순수함과 승리에 대한 열정,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월드컵·유럽 프로리그 등 '화려함'을 가득한 축구들을 텔레비전만 켜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고교축구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록기 대회는 '특히' 그렇다. 

아직은 풋풋한 10대 선수들이 축구를 향한 마음에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부정이 아니라 오직 승리를 위한 열정만 존재한다. 또 걸과에 승복.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의 선전을 응원하는 모습은 백록기 대회에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백록기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끄는 스타로 성장한 선수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백록기 대회를 통해 프로에 진출했다'나 '백록기 대회가 선수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선수들의 인터뷰도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라면 '백록기 대회'는 반드시 거쳐야할 코스다. 수많은 스타 탄생의 산실이라는 것 자체가 그들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려 왔던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가 부여되기 충분하다. 

# 백록기에서 빛을 내다
사실 백록기를 거쳐 간 축구 선수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수많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었다. 전방에서 활발한 활동량을 보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12회 대회부터 14회 대회까지 3년 연속 출전했다.

그 인연으로 제주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현재는 유럽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수비에서 투혼을 보였던 김영권(전 광저우에버그란데, 14?15회 대회 출전)은 축구팬 사이에서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얻었다. 그는 중국에서 중국 슈퍼리그와 리그 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현재는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대표에서 범위를 넓히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올림픽 동메달의 역사를 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윤석영(FC 서울)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박주영(FC 서울) 등도 백록기 그라운드를 빛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초롱이' 이영표(3회 대회 출전) 등은 현역에서 물러나 축구해설위원으로 축구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축구의 산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확인할 수 있는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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