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 경고등 켜진 제주경제 <4> 내실부실 관광산업 입지 흔들

제주관광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질적성장 전환과 시장다변화 등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제주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첫 직항노선 취항 후 입도한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자료사진).

관광객 급증 불구 비용 늘고 수익 감소 부가가치 떨어져
실질성장률 -6.1% 떨어지고 경제 비중 건설업에도 밀려 

관광산업은 1차산업과 함께 제주경제의 양대 축이다. 제주관광은 지난 몇년간 내국인과 중국인관광객 증가세에 힘입어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속도에 비해 질적·내실을 다지는 과정은 부족해 경제부가가치는 감소했다. 더구나 내국인관광객 방문이 주춤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인한 외국인관광객도 급감하면서 실질성장률도 뒷걸음치고 있다. 제주관광이 생존을 위해서는 질적성장 전환과 시장다변화 등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외형성장 불구 내실 부실

제주관광산업은 2010년 이후 외형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질적인 성장률은 오히려 하락세로 전환됐다. 관광수입은 늘었지만 중간비용(관광객 유치 과정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의 비용)은 더 증가하면서 수익은 떨어지는 등 내실이 부실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관광수입은 5조6000억원으로 사드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2016년과 비교해 1000억원 정도 늘었다. 

하지만 총산출액에서 중간비용을 뺀 '관광 부가가치'는 1조6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오히려 1000억원이 감소했다. 관광객 1인당 부가가치 역시 지난해 11만2000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5년 11만9000원 이후 하락하고 있다.

제주관광산업의 실질성장률은 2014년 15.7%를 정점으로 2015년 7.9%, 2016년 7.1%로 감소하다 지난해 -6.1%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뒷걸음질했다.

제주관광산업 비중도 2015년까지 농림어업에 이어 2위를 유지했지만 2016년에는 농림어업(11.7%), 건설업(11.4%)에 이어 11.1%로 3위로 내려갔고, 지난해 10.0%로 계속 떨어지는 등 '제주의 핵심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주방문 내국인관광객은 658만34명으로 지난해 동기 653만3443명보다 0.7%(4만6591명) 증가하는데 그치며 정체기로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제주방문 외국인관광객은 48만8552명으로 지난해 동기 80만2954명과 비교해 39.2%(31만4402명) 급감했다.

사드 여파가 지속되면서 중국인은 25만7177명으로 지난해 54만5623명보다 52.9%(28만8449명) 급감했다. 중국을 제외한 외국인관광객도 23만1375명으로 지난해 25만7331명보다 10%(2만5956명) 감소하는 등 올하반기 역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주관광산업 전망은 어둡다.

△제주관광 악순환 막아야

제주관광산업의 현재 상황에 대해 홍유식 ㈜하나투어제주 대표는 "최근 제주 관광시장을 보면 위기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관광산업체 전반에 걸쳐 경영여건이 악화됐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고 이런 경영환경은 신규 고용창출과 재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할 수 없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제주관광산업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경영여건이 열악한 업종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렌터카 총량제와 같이 과당경쟁이 심한 업종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송객수수료 등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인센티브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관광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과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국내관광객 증가세 둔화와 함께 주민과 관광객간 갈등 등의 문제가 잠재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제주관광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제주지역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제주관광은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의한 독점으로 도내 토착 관광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며 "제주업체들이 직접 비즈니스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선적으로 정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관광 생존 과제 산적

제주관광 종사자와 전문가, 행정담당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제주관광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질적성장 전환과 시장다변화, 관광업계간 시장질서 확립 등을 꼽고 있다.

홍유식 대표는 시장다변화 과제로 직항노선 확충을 꼽았다. 홍 대표는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는 제주 직항 노선 확충을 최우선 해야 한다"며 "올해 상반기 외국인관광객이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던 나라는 일본과 태국, 말레이시아 정도로 정기편이든 부정기편이든 6개월 이상 꾸준히 제주직항이 취항하고 있는 나라들이다"고 말했다.

김영진 회장 역시 "해외 관광시장 다변화는 2013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중국시장에 편중됐던 것은 사실이다"며 "해외시장 다변화를 위해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 신규 항공노선 개설, 일본 항공노선의 확충을 통한 접근성 개선과 도내 관광사업체의 다양한 비즈니스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주관광이 성장하는 만큼 불법행위도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관광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도입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무등록·무자격 여행알선 등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학수 제주도 관광정책과장은 "도는 지난해 3월부터 위기극복 비상대책 본부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으며, 관광업계 특별지원과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관광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과장은 "최근 중국인은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증가추세에 있고, 일본인관광객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제주도, 관광공사, 관광협회와 협력해 관광수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고,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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