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고대 히브리인들의 잠언을 보면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사료를 봐도 먼 옛날부터 엄격한 교육이 일상적이었다. 특히 조선시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 가운데 '서당'을 보면 당시의 분위기를 눈 앞에서 보듯 느낄 수 있다.

훈장이 책상 옆에 회초리를 놓아 두고 맨 앞에 나온 학생을 혼내는 모습이다. 하루 전 배운 것을 외우지 못해 훌쩍거리는 학생은 한 손으로 왼쪽 발목의 대님을 풀고 있다. 회초리로 매를 맞으려고 종아리를 걷으면서 겁이 났는지 눈물을 찔끔거린다.

이처럼 부모나 스승이 자녀나 제자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것을 '초달(楚撻)'이라고 불렀다. 부모가 훈장에게 싸리나무 회초리 한 묶음을 전달하고, 훈장은 이 회초리로 제자를 교육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현대 들어서는 아동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과거와 같은 엄격한 자식교육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에 더해 억압적이었던 사회분위기가 개방적으로 바뀐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오늘날의 자녀교육을 다시 생각케 한다.

서울 숙명여고에서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 2명에게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수사 소식이 연일 전국민적 관심을 끈데 이어 김현아 국회의원은 서울과기대 교수의 수업을 들은 아들이 매 학기 'A+' 학점을 받은 것도 모자라 교수의 입김으로 두 차례 입상하며 장학금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대에서도 이른바 '갑질 교수'가 자녀의 이름을 국제공모전 수상자 명단에 포함시키도록 했다는 의혹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자식이 매를 맞는 것을 보며 가슴 아프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옛 시대의 부모들이 회초리를 손수 스승에게 전하면서까지 자식에게 전하려 한 것은 목표를 위한 인내와 절제,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가치였을 것이다.

자식의 앞길을 위해 가치보다는 결과만을 추구하며, 그것도 부정과 편법까지 동원했다는 잇단 의혹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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