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12. 한림읍 금능리 사은이알물

제주서 희귀한 절리형 용천수
금능리 주민과 함께 동고동락
과도한 시설정비로 훼손 위험
"용천수 보존 선택 아닌 의무"

용천수는 제주인에게 식수나 생활용수 등 단순한 물을 넘어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친다.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에서 용천수를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물 보전과 이용에 대한 연대의식이 생겨났다. 또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물 문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제주인의 생명수 역할을 한 용천수가 난개발과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라져가는 용천수를 찾아 훼손 원인을 찾고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날로 커지고 있는 용천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해안절경 간직한 금능리
한림읍 금능리는 제주시내에서 서쪽으로 35㎞ 지점에 위치한 마을로 동쪽으로는 협재리, 허쪽으로는 월령리, 남쪽으로는 월림리와 인접해 있다.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비양도가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절리형 용천수 '사은이알물'
한림읍 금능리(금능리 1420번지 앞 바닷가)에 있는 '사은이알물'은 절리형 용천수로 물이 소원(갯담)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절리형 용천수는 암석의 절리 사이를 흐르던 지하수가 하부의 절리를 통해서 용출되는 용천을 말한다. 절리형 용천수는 제주도내에서는 찾기 힘들다.

물이 나오는 남쪽은 현무암 암반이며 아래쪽 주변을 원형으로 돌담을 쌓았으며 담 안에는 앉을 수 있는 현무암을 깎아 단을 만들었다. 바닥에는 하얀 모래가 깔려있고 작은 돌멩이들이 놓여있다.

△주민 쉼터로 각광
'사은이알물'은 언제나 금능리 주민들의 삶과 함께했다.

'사은이알물'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비양도를 배경으로 금능리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주민들의 쉼터로 각광받았다. 주민들은 무더위를 피해 '사은이알물'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며 이웃 간의 정(情)도 나눴다.

음식을 할 때는 식수로 일부 이용됐지만 빨래나 목욕 등 생활용수로 주로 활용됐다.

△고갈 위기 직면
금능리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사은이알물'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사은이알물'은 역사문화와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에서 20점 만점에 9점을 받는데 그쳤다.

항목별(5점 만점) 점수를 보면 용출량은 3점으로 아직도 수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은 2점으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특히 역사문화와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의 항목은 1점을 받아 보전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은이알물'이 고갈 위기에 놓인 것과 관련해 원인을 두고 많은 가설이 있지만 콘크리트 등 과도한 시설정비로 인한 원형 훼손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명수 보존은 의무
화산섬이라는 척박한 환경을 일구며 살아온 제주인들에게 용천수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섬사람들이 식수 등 생명과 직결되는 담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용천수와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봉천수(奉天水)가 유이했다.

하지만 제주인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용천수가 난개발과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제주의 보물이자 자연자원인 용천수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우리의 '의무'이다.

"한림읍 금능리 주민의 삶과 맞닿은 사은이알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60여년 동안 한림읍에서 물질을 하고 있는 양윤열 해녀(79)는 인근 바다는 물론 바다와 맞닿아 있는 용천수 사은이알물의 사정까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양씨는 "사은이알물은 식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농업용수, 축산용수 등 대부분 용수를 의존했을 만큼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은이알물은 마을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었다며 "깨끗한 물로 유명해 인근 주민들이 여름만 되면 이곳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아이들도 이곳에서 뛰어놀고 아낙네들도 빨래하는 등 사은이알물은 주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용천수"라고 말했다. 

양씨는 "이제는 주민들이 용천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며 "풍부한 수량을 자랑했던 옛날과 다르게 용출량이 줄어들면서 원래 기능을 잃었고 사은이알물을 알고 있던 주민들도 더는 이곳을 찾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몇 해 전 시설정비가 이뤄졌지만, 콘크리트로 정비돼 본래 모습을 잃고 말았다"며 "원형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효율적인 관리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주민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용천수 사은이알물을 보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며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한림읍 금능리 주민의 생활상을 간직하고 있는 사은이알물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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