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관광공사 제공

설촌 15주년…한적한 마을에 작가들 모여들며 예술인마을 형성
전체가 지붕없는 미술관…주변 관광명소와 어울린 문화벨트로

불과 십수년전만해도 제주에서 오지 중의 오지였던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리는 이제 한적한 산간마을에서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있다.

#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서 문화예술인마을로

지난 2012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리는 저지오름·곶자왈 등 수려한 생태자원, 감귤·약초를 재배하는 생활양식, 허리굿당·할망당 등 전통문화, 꿩수제비·빙떡 등 전통음식 등을 보유한 제주의 전형적인 농촌이다.

이곳이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에 문화와 예술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반해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목 고 김흥수 화백은 지난 2006년 자신의 작품을 제주현대미술관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여인좌상' '사랑을 온 세상에' '아, 아침의 나라 우리나라' '칠월 칠석의 기다림' 등 20여점에 이르는 작품들이다. 구상과 추상을 결합한 하모니즘의 창시자로 한국의 피카소라 평가 받는 김 화백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기증한 사례는 제주현대미술관이 유일하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김흥수아뜰리에'는 김 화백이 제주에 들를 때마다 작업을 하던 공간이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이전인 지난 1999년 북제주군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등 유명 예술가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었으며 현재 회화, 조각, 서예,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다.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 터전이 되고 있으며 개성있는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 제주관광공사 제공

# 서부지역 문화벨트의 중심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거대한 지붕없는 미술관이다. 지난 2007년 9월 개관한 현대미술관은 본관과 분관의 전시실 이외에도 야외공연장, 창작스튜디오, 세미나실, 아트숍 등을 보유해 문화예술 복합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여기에 2016년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이름을 딴 도립 김창열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또 갤러리 진, 갤러리 노리, 규당미술관, 먹글이 있는 집 등 입주작가들이 직접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미술관은 내부 전시실 뿐만 아니라 야외 미술관도 형성하고 있다. 주변에 전시된 조형작품들은 지난 2006년 열린 제주국제조각심포지엄에 참여했던 현대조각가 9명이 제작한 것이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1년내내 문화예술 이벤트로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입주작가들은 매년 가을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열고 있다. 또 지난 7월 제17회 제주국제실험예술제(JIEAF)가 폭염속에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 2011년에는 현대미술관과 갤러리, 숲길 등 마을 명소를 잇는 예술길이 조성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마을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의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방림원을 비롯해 수십년간 황무지를 개척해 조성한 분재예술원인 '생각하는 정원'도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주변에는 숲길이 아름다운 저지오름과 도시의 지친 삶을 치유하는 환상숲곶자왈공원도 자리하고 있다.

가을 나들이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추천한다. 반나절의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제주현대미술관이나 김창열미술관에서 전시를 보자. 전시가 열리는 다른 갤러리도 방문해 보자. 아트숍과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도 좋다. 야외조각공원을 거닐며 사진을 찍어도 재미있다. 마을 입구 안내도를 보고 예술길을 산책하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운이 좋다면 마을을 거닐다가 입주작가를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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