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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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이어주는 매개체
인생을 응축해 놓은 맛
지친 삶에 한잔의 위로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탈레랑의 커피 예찬론)

일상이 된 커피

내가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였다. 휴게실에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졸릴때나 친구들과 수다 떨 때 커피는 도움이 됐다. 이전까지는 집에서 어른들이 마실 커피를 탔던 기억만 있다. 당시에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병에 든 인스턴트 커피였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설탕, 크리머(커피 크리머라는 용어보다 상품명 '프리마'로 통했다)를 1:1:1 정도의 비율로 탔던 것 같다. 커피숍이나 카페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당시 커피는 다방이나 레스토랑, 호텔에서 마시는 것으로 인식됐다. 또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였다. 대학에 가서 커피숍이란 곳을 자연스럽게 갈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도 커피숍에서 만나고 자판기 커피보다 훨씬 비싼 커피에 돈을 들였다. 늘 그래왔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커피는 일상이다. 출근해서 한잔 마시고, 일하다 짬이 날때 한잔 마신다. 약속이나 영화 상영시간이 한참 남아도 커피 한잔이면 지루하지 않다. 집에서 담소를 나눌때도 누군가를 만날때도 커피나 차 한잔은 필수다. 

최근 몇 년새 카페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카페가 늘어났는지 카페가 많아져서 커피를 많이 즐기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원산지나 추출방법에 따라 커피 종류도 다양하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부터 자판기커피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커피 맛있게 즐기기, 건강하게 마시기 등 각종 정보가 넘쳐나고 전문가 수준의 애호가들도 많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하나의 문화다.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논쟁속에서도 커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커피 한잔 할까요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예멘에 전래된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페르시아, 이집트, 콘스탄티노플 등으로 퍼져나갔다. 커피에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는 원래 이슬람교 수도사들이 야간 종교의식을 할 때 마셨다고 한다. 당연히 의식에 참여한 평신도들도 같이 마시게 됐고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퍼져나갔다. 15~16세기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커피하우스가 성행했다. 대중들은 커피하우스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체스 등의 게임을 하며 그날의 뉴스에 대해 토론했다. 하지만 엄격한 이슬람교도들은 커피가 사람들의 분별력을 떨어뜨린다고 인식했고 통치자에 의해 '커피 박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심지어 커피하우스를 폐쇄하면 밀매점이 성행하고 집에서 몰래 커피를 즐겼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커피는 대중들을 자각하게 만드는 '지적인' 음료였다. 

이제 커피는 사시사철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커피는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따뜻한 음료의 대명사였다. 연인들의 데이트에 필수 코스이고, 점심식사 후 한잔의 후식이고, 작가들에겐 작업의 동반자다. 삶에 지친 어떤 이에겐 한잔의 위로다. 커피는 대화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그래서 커피 한잔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쓰고 달고 시고 뜨거운 맛은 인생을 응축해 놓은 듯하다. 찬바람이 분다. 따뜻한 대화가 그립다. 누군가 만나 커피를 같이 마시고 싶다. 반대인가?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더불어 이야기를 나눌 벗이 필요하다. 어쨌든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느낌이 좋다. "커피 한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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