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일) 오전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 김대생 기자

청와대, 11~12일 4차례 200t 북한으로 수송 9월 평양회담 송이버섯 답례
1998년 지자체 인도적 교류 첫 사례, 2010년 5·24 조치 이후 재개 기대감
김정은 위원장 답방 때 '한라산 일정'포함 가능성 등 평화교류 중심 부각

'백두에서 한라까지'의 바람에 첫 대답을 '제주 감귤'이 했다. '제철'이라는 특수성에 더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시도한 특산품 교류의 선봉이었다는 점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중심에 제주의 위치를 견고하게 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1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선물했던 송이버섯의 답례 선물로 제주산 귤 200t이 북한에 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메시지 공지를 통해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며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송이버섯 2t을 보내왔고, 청와대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고도 만나지 못한 고령 이산가족 4000명에게 500g씩 나눠 전달했다.

10㎏들이 상자 2만개에 담긴 귤은 11~12일 이틀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운반된다.

제주 감귤의 북한 전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98년 대한적십자사 등과 감귤 100t을 북한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차례에 걸쳐 4만8328t 상당을 보냈다. 북한이 감사 표시로 2002년부터 4차례 제주 도민을 북으로 초청하기도 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인도적 교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같은 기간 제주 당근 1만8100t이 북한에 보내졌고 2009년부터는 '제주특산 흑돼지 협력사업'을 추진했지만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시행으로 전면 중단됐었다.

이번 제주 감귤의 북한행은 선물 성격을 띠기는 했지만 8년만의 비타민C 교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오늘(11일) 오전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 김대생 기자

특히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백두산에 한께 오른 이후 '백두에서 한라까지'가 남북교류의 상징 문구가 되면서 남북 평화교류의 중심으로 제주의 위치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북악산 등반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한라산에 함께 오르는 일정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백두산 탐방 때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는 말에 '한라산'이 언급됐던 일의 연장선이다.

제주도가 '감귤 보내기 사업 재개'를 포함한 대북 교류 사업 구상을 내놓은 것은 물론 제주도의회도 이달초 금강산에서 열린 20주년 남북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행사에서 감귤 교류를 포함한 남북 교류 재개 뜻을 담은 친서를 북에 전달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낸 것 역시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9·19 평양공동선언 발표를 전후해 지자체별로 교류협력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제협력에 대한 유엔 제재와 지자체간 사업 중복으로 인한 혼선 우려 등으로 통일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는 점도 이번 감귤 교류의 의미를 특별하게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