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의혹을 받다가 자살한 '김포 맘카페' 사건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익명성에 숨어 여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기까지 하는 일이 흔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도처에 있는데 군중의 흐름에 섞여 자신을 잃어버린채 위험한 상황에 빠져든다.

과거에는 한번의 눈길도 끌지 못했을 사건과 사고가 인터넷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2차 3차의 희생자가 어처구니 없이 생겨나기도 한다. 포털 메인에 올라오는 뉴스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은 구독자를 가진 유투브 채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개인 영역으로 보이는 SNS까지도 아차 하는 순간 통제할 수 없이 퍼져나가 현실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태풍의 진원지가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힘을 따른다. 그 힘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힘이 있는 곳을 향하고, 더 큰 힘을 찾아다닌다. 태양을 쫓는 나뭇잎,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본능은 힘의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본능에 충실한 수많은 충돌이 굽이쳐흐른다. 제법 식자인 척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선동 하거나 수많은 증거를 모아 그럴듯한 음모론을 외치거나 모두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본능행동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멩이를 던지면 잔잔한 호수 전체가 그 파동으로 가득 찬다. 누군가 돌멩이를 호수에 던지기 시작하자 너도 던지고 나도 던지고 너도나도 던지다보면 잔잔한 호수는 금새 잊혀지듯이 아무말 대잔치는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치기어린 행동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본능행동이 통제되지 않으면 공유지는 쉽게 황폐하게 된다. 개인 간의 문제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가 여론재판을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 격랑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문제를 왜곡하여 동네방네 떠든 사람이나 잘못된 정보를 주워섬겨 열성적으로 여론재판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람들이 더 큰 권력의 가능성과 접하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국가는 선출된 지도자도 없고 개인의 일탈을 통제할 적절한 수단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개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소비하는 본능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을 맛본 사람은 마치 물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언제라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일 수 있게 된다. 물은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집어삼킬 수 있는 힘과 에너지 그 자체이다.

이 혼란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는가? 예나 지금이나 삶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은 자신의 영토를 확보하는 게임이다. 자신의 영토란 자신이 의사결정하는 범위를 말한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의사결정은 아니다. 양치기 소년은 영향력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것마저 모두 잃어버린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본능행동이 아닌지, 대중의 본능행동에 동조되고 휩쓸리진 않았는지 각성해야 한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려는 권력행동은 마찬가지로 타인의 권력행동에 의해 쉽게 뒤통수를 맞는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우 깜박이는 반존재일 뿐이다.  

개인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기까지는 일관성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것부터 의사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학교 성적을 올리는 일이나 취업을 위한 스펙을 갖추는 일은 이에 비하면 크게 중요치 않다. 자신이 어디에 있던지 주인이 되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권력행동에 휩쓸리면서 깜박거리는 반존재의 숙명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