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김치

김치. 자료사진

한겨울 나기 위한 저장음식
유산균 풍부 건강식품 부각
협동·나눔 공동체 정신 계승
연말 김장 나눔 봉사 줄이어

지난 2006년 미국의 저명한 건강과학 학술지 '헬스(Health)'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의 김치, 스페인의 올리브 오일, 일본의 미소 등 콩제품, 그리스의 발효유, 인도의 렌틸콩이다. 예전에는 김치 냄새라면 고개를 돌리던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즐길 정도로 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는 이제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음식문화의 대표

김치가 빠진 밥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김치의 종주국답게 약 200여종의 김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치를 대표하는 배추김치는 역사가 의외로 길지 않다. 김치의 필수 양념인 고추는 임진왜란 뒤 일본을 통해 들여왔다고 한다. 김치에 고추가 쓰였다는 기록은 18세기 문헌(「증보산림경제」)에 처음으로 나온다. 그 전에는 매운맛을 내기 위해 초피가루를 넣었다고 한다. 또 지금의 단단한 배추 역시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이전에 있던 재래종 배추는 잎사귀에 힘이 없고 성겨서 옆으로 쳐지는 특징이 있었다. 또 예전에는 소금이 비싼 재료였다. 우리는 좋은 재료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맛있는 김치를 먹게 된 셈이다.

김치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있다. 김치는 본래 한겨울에도 채소를 먹기 위해 고안해낸 저장음식이다. 인류는 한겨울에도 필수영양소인 비타민C를 섭취하기 위해 많은 저장 방법을 고안해 낸다. 주로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보관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하면 영양이 파괴되고 맛이 없어진다. 하지만 김치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김치는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 채소를 겨울 내내 싱싱한 상태로 저장시켜주는 탁월한 방법이었다. 또 김치는 처음 담궜을때부터 시간이 지나 시어질때까지 제각각의 맛이 있다. 갓 담근 김치는 아삭한 맛이 있고 신김치는 찌개나 전으로 나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건강식품 김치

한방에서는 김치를 음양이 조화된 완전식품이라고 한다. 즉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에 열이 많은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음양을 맞췄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는 성질이 서늘해 열이 많은 소양인에서 알맞고, 매운 양념을 많이 쓴 배추김치는 몸이 차고 속이 냉한 소음인에게 알맞다고 한다. 

또 익히 알고 있듯이 잘 발효된 김치에는 젖산과 젓산균(유산균)이 풍부하다. 김치 1g에 젓산균이 1억마리쯤 함유돼 있어 같은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약 4배 많다. 또한 비타민A와 C, 칼슘, 철,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배추 등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좋다. 김치는 적당히 숙성했을 때 항암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양념의 주재료인 고추에는 사과의 50배, 감귤의 2배나 되는 비타민C가 있다고 한다. 

김치의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은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장을 깨끗이 하는 효과가 있다. 김치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채소가 주재료로 열량이 낮으며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 과식을 피할 수 있고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몸의 지방을 분해하고 연소를 돕는다. 

김치의 단점이라면 소금과 젓갈 등으로 염분 섭취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 위암 등 건강이 걱정된다면 김치를 싱겁게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동체 정신이 나눔문화로

지난 2013년 11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8차 회의에서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무형유산위원회는 등재 이유로 이웃간 나눔의 정신 실천과 공동체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 증대 등을 밝혔다.

또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했다. 국가무형문화재가 된 김치 담그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장문화'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김치와 그 문화를 아우른다. 김치 담그기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한국문화의 중요한 요소였고, 협동과 나눔이라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전통지식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세대를 이어 전승하면서 많은 한국인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김치 담그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의 이유가 됐다.

요즘은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예전처럼 집에서 대량으로 김장을 하는 일이 줄어들고 절임배추를 사용하는 등 김장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김치를 구입해 먹기도 한다. 

김장문화는 변할지라도 협동과 나눔이라는 공동체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제는 김치가 온정을 나누는 훌륭한 매개체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연말이 다가오면 이웃들을 위한 김치 나눔 봉사가 줄을 잇는다. 김치는 밑반찬이면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음식이다. 또 기쁨으로 담그고 행복을 가득채운 김치만큼 외로움과 허기를 달래줄 음식은 찾기 힘들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 김치는 음식문화이면서 정신문화의 결정체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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