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현판 전달식…'기부로 누리는 행복' 행사 겸해 눈길
지역밀착·맞춤 프로그램 발굴, 격려·응원 문화 확산 주목
착한마을 10호 대정읍

서귀포시 대정읍(읍장 김우숙)에는 이달 들어 '의미'있는 자리가 잇따랐다. 1일 모슬포항 내에서 귀농 청년 농부와 지역주민이 직접 생산한 농수산물, 가공품 등에 대한 판매 및 홍보의 장인 '삼삼오오 모다들엉 파머스마켓'을 열었다. 5일에는 대정 웅비관에서 대정읍개발협회(회장 이춘심), 대정읍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영옥), 대정읍이장협의회(회장 김성진)를 중심으로 한 '도약하는 대정읍의 새 바람' 주제 지역 포럼도 열렸다. 앞서 10월에는 '2018 도시재생 우수사례 경진대회'서 우수상을 받았다. 대정읍 지역의 역사·문화·건축을 과거·현재·미래의 콘텐츠로 디자인하는 '역사를 품은 도시재생' 주민참여 프로젝트 계획이 주목됐다.

그리고 7일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김영진)가 제주정신문화 및 공동체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남식)와 진행하는 착한마을 만들기 캠페인에 10번째 동행 마을이 됐다.

△ '제주' 축소판…양극화 등 고민

제민일보는 7일 오후 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대정읍에 착한마을 10호 현판을 전달했다.

이날 현판식에서는 김영진 제민일보 대표이사 사장과 김남식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김우숙 읍장, 이경철 대정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올 한해 대정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보고하고 후원자와 만나는 '기부로 누리는 행복' 행사가 함께 열려 지역 내 희망나눔 캠페인 참여(착한가게, 개인후원)와 후원금·물품 기부자 등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자리로 훈훈함을 더했다.

이런 변화들이 눈에 띄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주 역사를 통틀어 대정읍은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된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4·3에 이르기까지 제주 섬을 쥐고 흔들었던 역사적 흐름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아픔들은 지난해 제주비엔날레와 올해 4·3 70주년을 통해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부상하며 시대변화를 느끼게 했다. 그보다 먼저 영어교육도시 등 제주를 무대로 한 굵직한 개발사업과 밀접했다. 

이런 변화들에 힘입어 대정읍 인구는 2011년 1만6552명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 2만1045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 8월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정읍 주민은 올 8월 9929세대·2만145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9924세대·2만1444명, 10월 9931세대·2만1413명, 11월 9930세대 2만1392명으로 줄었다. 노인 인구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3566명이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4015명으로 4년 사이 5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내 장애인 인구도 2017년 말 현재 1359명으로 전체 주민의 6.46%를 차지한다. 서귀포시 평균 6.12%를 웃돈다.

지역 내 양극화 현상도 무시하기 어렵다. 농어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허물어지는 사이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행정시 체제로 나뉜 이후 각종 사회 인프라의 동서 불균형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영어교육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주거 지역이 조성되면서 소득 수준과 정서 등의 차이까지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 건강한 나눔 실현 최종 목표 

'기부로 누리는 행복'과 현판 전달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10번째 착한 마을 탄생을 자축하며 사업의 의미를 공유하는 한편 대정읍 특화 사업으로 진행하는 '우리동네 삼촌 돌보미' 등 맞춤형 나눔 복지사업을 살폈다.

또 앞서 '착한마을'선정을 받은 마을의 사례와 관심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의견을 나누는 등 건강한 지역 공동체 회복에 뜻을 모았다.

나눔이라는 판을 깔았지만 다부지고 적극적인 지역 특유의 성향을 감추기 어려웠다. 대정읍에는 현재 착한가게 56곳이 작지만 알찬 정성을 모으고 있다. 또 착한 개인 60명이 매월 정기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각종 자생단체와 봉사단체 등에서 경제적인 기부 외에도 재능 기부를 통해 지역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 하는 차이 없이 '도울 수 있어 충분'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중이다.

'착한마을'로 기존 진행하는 사업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관심 사각지대 최소화와 건강한 나눔 문화 정착으로 마을공동체 회복에 힘을 싣는다는 복안이다.

김남식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나눔이나 기부는 얼마나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더 의미가 있다"며 "대정읍에서 일으킨 착한 바람이 제주 전체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우숙 대정읍장

"'읍민이 행복한' 행정서비스 실현이라는 큰 목표에 주민과 뜻이 맞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김우숙 대정읍장은 '주민 중심의, 읍민이 행복한 큰 고을'로 대정을 소개했다. 

대정읍은 규모만 놓고 보면 제주 도내 읍·면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주민이 가장 많은 보성리(1689세대·3823명)와 가장 적은 마라리(61세대·114명)의 편차가 큰 만큼 지역 내 균형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주민들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읍장은 "수요자 중심의 33개 맞춤형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1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년 7월 주민 등 200여명이 참가하는 '대정읍 지역발전 대토론회'를 열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주민과 행정이 머리를 맞댄다.

대정읍사무소에 '읍민이 행복한 행복민원실'을 설치해 상시 개방하는 등 읍 발전을 위한 역할 분담을 유도했다.

김 읍장은 "공간을 만든 게 아니라 마음을 연 것이 주효했다"며 "전문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에 대한 친절 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민원인들의 가슴 높이에 맞춰 낮은 자세로 듣고 해결방법을 찾는 노력이 주민 협조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대정읍을 대표하는 사업 중 하나가 '희망나눔 대정 2.0 캠페인'이라는 것도 자랑거리다.

김 읍장은 "지역에 맞는 기부문화 발굴·정착을 위해 대정읍 내 자생단체들과 노력하고 있다"며 "장년층 1인 가구 전수조사 등을 통해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찾아내 지역 주민의 온정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연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철 대정읍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대정읍은 전통적으로 서로 돕고 의지할 줄 아는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다.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안다. 정도를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경철 대정읍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올 한해 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전달받은 '착한마을'현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정읍의 나눔·복지 시책 대부분은 상향식이거나 수평적이다.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과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한다. 착한가게나 기부자 숫자가 다른 마을과 비교해 많지는 않으나 꾸준하고 알차다. 명절이면 생필품 등을 선물로 내놓는 이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전달하는 이로 역할을 나눈다. 누군가는 청소를 돕고, 누구는 안부를 묻는 역할을 맡는다.

그렇게 올 한해만 취악 계층 10가구의 생활공간이 말끔해졌고, 혼자 밥상을 챙겨야 했던 30가구에 건강한 반찬을 배달했다. 결혼 등으로 주민이 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사회보장협의체 사업으로 꾸렸다.

은둔형 남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홈치쿡 나눔쿡 반찬 요리 교실'은 중·노년층의 사회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나눔 실천으로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내용으로 특화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이 강사와 프로그램 도우미로 참여한다"며 "맞춤형 사회 안전망으로 효과가 있어 내년에는 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나눔과 친절, 칭찬문화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을 직접 눈과 마음으로 확인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전제한 이 위원장은 "'착한마을'인정을 통해 앞으로 더 건강한 대정읍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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