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동장군'에 '사박사박' 겨울왕국으로

눈 내린 비자림로(자료사진).

초겨울 한파 맹위…미세먼지마저 '꽁꽁'
초록지지 않는 '남도의 섬' 제주의 겨울
한라산 중산간 중심 겨울정취 만끽 가능

동장군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라산에는 겨울이 시작된 지 오래다. 올해에는 온 세상을 동심으로 채우는 눈세상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박사박 눈 소리에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제주는 어느덧 겨울왕국 으로 변해간다.

쉽지 않은 계절

가을, 가을 하더니 어느새 겨울이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동장군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 같아서는 모든 것이 얼어버릴 것만 같은 풍경이다. 찬 기운이 기세등등하던 미세먼지마저 얼렸을까 하늘을 건너는 구름들이 선명하다.

과거 누구에게나 그렇듯 겨울은 쉽지 않은 계절이었다. 일년 사계절 중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맞이는 유독 유난스럽다. 그래서 '월동준비'라는 풍습도 있다.

대표적인 월동준비는 '김장'이다. 거센 추위가 만물의 생장을 가로막는 겨울, 우리 선조는 배추를 소금에 절여 겨울 내 먹을거리로 삼았다. 소금에 절인 김치는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했고, 다량의 유산균까지 함유된 훌륭한 영양 밥반찬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치의 기원은 대략 3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종교·시민단체 주관으로 소외이웃 돕기를 위한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월동준비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난방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이 기름·가스보일러를 사용하면서 예전처럼 땔감이나 연탄을 쌓아두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과거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중요한 일이었다.

겨울 시작된 제주

봄은 꽃, 여름하면 초록, 가을은 단풍, 겨울은 눈. 계절마다 상징적인 풍경이 있다. 사계절 초록이 지지 않는 제주도와 겨울을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평균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남도의 섬 제주에서 평소 '눈'(雪)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제주에서도 이미 겨울이 시작된 지 오래다. 절기상 대설(大雪)인 지난 7일 해안 지역에 올겨울 첫눈이 내렸다. 평년보다 하루 이르다. 한라산 첫눈은 앞서 지난달 18일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한라산의 눈은 해를 넘어 내년 봄까지 볼 수 있다.

제주가 따뜻한 섬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하지만 한라산과 중산간의 존재로 인해 전국 어느 여행지보다 겨울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한라산의 상고대를 빼놓고 겨울 제주를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쉽게 중산간 지역으로만 발길을 옮겨도 제법 많이 쌓인 눈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나뭇가지마다 내려앉은 눈꽃, 하얀 눈 사이로 홀연하게 빛을 발하는 붉은 동백꽃,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른 절개를 자랑하는 침엽수를 감상하며 걸어보자. 앞선 발자국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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