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박철수 구세군제주교회 담임사관

신앙과 봉사 사이 고민…빨간 냄비 앞 황금종
세월호 당시 가슴 아파…"활동 이어나갈 계획"

"자선냄비 모금봉사는 도민여러분께 항상 열려 있습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사랑의 행보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추운 겨울철이면 주위 이웃들을 위해 빨간 냄비 앞에서 황금종을 흔드는 박철수 구세군제주교회 담임사관(49)의 이웃사랑 '실천론'이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에 의해 창립돼 현재 전 세계 131개국에서 나눔과 돌봄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28년 당시 박준섭 구세군 사령관이 명동에 자선냄비를 설치하며 모금이 시작됐으며 올해로 구세군 모금 90주년을 맞이했다.

이처럼 구세군 활동이 전통 있는 나눔 행사지만 박 담임사관은 처음부터 나눔에 대해 뚜렷한 고집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 담임사관은 "신앙생활과 사회봉사 사이에서 고민하던 차에 구세군은 인생의 비전을 제시해줬다"며 "구세군의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라는 표어로 인해 고민은 한방에 해결됐다"고 구세군 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박 담임사관은 대다수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12월만 되면 거리로 나와 나눔의 온정을 기다린다.

박 담임사관은 "최근 자원봉사자가 적어지고 경제 불황 등 여파로 모금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이웃들을 도우려는 분들을 보면 더욱 힘을 내야 한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웃어보였다.

인종과 종교, 지역을 초월해 사회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 담임사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세군은 어느 NGO 단체 보다 먼저 구호천막을 쳐 구호품을 나르고 급식을 지원했다"며 "지원활동이 지속되는 동안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밤새 발을 동동 굴리시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하지만 박 담임사관은 자신만의 봉사 사명감으로 주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꿋꿋하게 황금종을 흔들고 있다.

박 담임사관은 "온 국민이 참여하는 자선냄비는 이웃을 돌보며 더불어 살자는 사랑실천 운동이며 나눔 운동"이라며 "사랑의 종소리를 들으시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나눠 주길 부탁한다"고 도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어 "앞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사랑의 밥상을 나누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근로자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며 "구세군 사관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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