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에필로그.

사은이알물.

제민일보·JDC 보전 방안 제시
역사 문화적 가치 지닌 식수원
과거 용천수 중심 마을 형성돼
난개발·과사용으로 멸실 위기
물허벅 등 제주 물문화의 원천
체계적인 보전 방안 마련 절실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김영진)는 올 한 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직무대행 임춘봉.이하 JDC)와 공동으로 제주의 자연자원 중 하나인 용천수의 이용 및 관리 실태를 현장 조사, 훼손 및 오염 여부를 점검하고 체계적인 보전 관리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지역주민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용천수 복원 방안 등도 모색했다.

제주인의 생명수인 용천수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전 대책 마련과 함께 활용 방안을 찾아 지속가능한 자연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각종 개발로 원형 훼손

신이물.

제주도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한 용천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에는 1025곳의 용천수가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개발 등으로 일부가 사라지면서 현재는 661곳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역시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용천수 661곳 중 457곳에 집수 및 보호시설 등이 설치됐으나 상당수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용출지점만 남겨두고 주변을 방부목이나 돌담, 콘크리트로 정비하는 등 원형이 훼손된 경우도 조사됐다.

용천수 정비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했는데, 초창기 돌담, 울타리, 바닥 정 비, 지붕 설치, 토사 준설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2010년 이후부터 합성목재, 제주판석, 콘크리트 재료를 주로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부적절한 시공으로 인해 용출량 감소, 용출지점 변형 등의 문제도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욕심에 멍드는 용천수

남또리물.

멸실 위기에 직면한 용천수 대부분은 우리의 무관심과 난개발, 무분별한 사용 등 욕심 때문에 위기에 놓이게 됐다.

도두2동 말물(남탕)과 김녕리 개웃샘물, 일과리 장수원(웃동당)물, 평대리 큰물통(남탕), 신촌리 감언물, 하도리 펄개물(웃물), 금능리 사은이알물 등은 수량 감소로 고갈 위험에 처해있다. 하지만 명확한 수량 감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도심 및 중산간 개발 등으로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용천수 수량이 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수원리 큰물은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시설을 정비하면서 원형이 훼손됐으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 병을 낫게 한다는 '약물'로 통하던 하귀1리 거시린물(2)은 과도한 정비로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신촌리 조반물(2)과 고내리 남또리물(1), 도두동 오래물(1)(2), 도두동 마구물, 고내리 신이물, 수원리 돈지물(3), 조천리 두말치물(1) 등은 콘크리트 시설과 방부목 등을 이용한 과도한 정비로 인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용천수 보전을 위한 과제

감언물.

제주 용천수는 과거 도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으로 농산물 생산과 가축 사육에도 이용하는 등 수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천수가 있는 해안가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고, 돌담을 둘러 목욕을 하거나 음식을 씻는 공간 등으로도 활용됐다.

때문에 용천수를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가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문화의 원천 용천수

제주인의 생명수 역할을 한 용천수가 난개발과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용천수 고갈은 제주인이 쌓아온 역사와 문화의 쇠퇴를 의미한다. 용천수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물 보전과 이용에 대한 연대의식이 생겨나고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물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용천수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가치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가 용천수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는 훼손되고 사라져가고 있다.

제주인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용천수는 현재 세대가 사용하고 버리면 끝나는 자원이 아닌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보존해야 하는 제주인의 얼이다.<끝> 고영진·강지환·이은지 기자

박원배 박사.

인터뷰 -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용천수 보전을 위해서는 용천수에 대한 구술채록이 필요합니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에는 많은 용천수가 분포하고 있지만, 이들 용천수가 마을마다 어떻게 이용되고 관리되어 왔는지 기록이 남아 있는 용천수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구술채록은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고 용천수에 대해 잘 알고 그 지역의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조속히 구술채록이 이루어지고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스토리텔링 및 스토리두잉 등을 통해 제주 선조들이 제주 생명수를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 보전 등을 해왔는지에 대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찾아내고 발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 용천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비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만 정비가 이뤄지면서 원형도 훼손되고 용출량도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제주의 용천수는 자연자원에서 이제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로써의 활용가치가 재고돼야 한다"며 "물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고, 수변공간 활용을 통한 휴식의 공간 활용, 치유할 수 있는 수치료 자원 활용 등 하나의 콘텐츠를 자원으로 활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하나의 자원으로 제주 용천수에 대한 가치 발견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용천수는 수자원, 역사?문화, 생태학적 가치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지만 수자원이외의 가치발굴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며 "이번 기회에 용천수의 가치 발굴을 통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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