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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아름다운 겨울 꽃…강인한 생명력 제주인과 닮아

기사승인 2019.01.10  17: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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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핀 동백꽃. 자료사진

당신들이 제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는 까닭에

저는 당신들의 코끝이나 간질이는
가을꽃일 수 없습니다.

제게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아는 까닭에

저는 풍성한 가을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따사로운 봄에도 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건 
그래도 꽃을 피워야 하는 건
내 발의 사슬 때문이지요.

겨울꽃이 되어버린 지금
피기도 전에 시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향기를 위해
내 이름은 동화(冬花)라 합니다.

세찬 눈보라만이 몰아치는
당신들의 나라에서
그래도 몸을 비틀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 박래전, 「동화(冬花)」

어머니의 산 한라산을 품고 있는 제주 땅에서는 수천의 고귀한 생명들이 태어나고 살고 있다. 가끔은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르는 바다 밖 생명도 넉넉하게 품어주며 지천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계절마다 제주를 대표하는 꽃들도 다양하다. 때문에 제주는 시기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봄소식을 바람보다 더 빨리 우리 곁에 찾아오는 매화,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벚꽃과 봄의 기운은 제주 땅에 퍼지게 하는 유채꽃,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수국, 은빛 색 하나만으로 가을을 느끼게 해주는 억새.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내고 생명을 피어내는 동백꽃 등등. 제주의 들녘은 멈춤 없이 조금씩 그 색을 달리한다.

많은 꽃들은 봄과 여름을 지나는 동안 화사하게 피어난다. 영하의 기온에선 꽃잎처럼 연한 조직들은 견디기 어려워 겨울은 꽃이 없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다.

겨울에 피는 꽃은 제주인의 삶과 무척이나 닮았다.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려 그 누구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버텨낸다.

겨울 꽃들은 엄동설한의 환경을 극복하고 그 자리에 만개해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대표적인 꽃이 바로 동백꽃이다. 눈 속에 피는 꽃 중에 복수초는 봄을 알리는 꽃인데 반해 동백꽃이야말로 겨울에 피어나는 진짜 겨울꽃이다. 

동백꽃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드문 조매화다. 벌이나 나비, 바람이 아닌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도와준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먹는 대신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옮겨줌으로써 동백의 수분을 돕는다. 동백이 곤충이 없는 한겨울에도 마음 놓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이유다.

한 시인은 말했다 "한겨울에도 동백꽃이 당당하게 피어나듯 세상의 찬바람이 아무리 춥고 매워도 우리가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면 그 작은 신뢰가 꽃을 피게 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겨울에 피는 꽃이 특별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이유다. 강승남 기자


강승남 기자 stipool@hanmail.net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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