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이사장 재직 당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주도했던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가 복마전으로 전락했다. 100억원이 넘는 도민 혈세가 도의회의 예산 감시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눈 먼 돈'처럼 사용될 만큼 재밋섬 건물 매입이 부적정하게 추진된 것이다. 여기에는 제주도정의 감독업무 소홀 역시 한몫한 것으로 드러나 공직사회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문화예술재단이 지난해 추진한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부동산 매입 절차가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문화예술재단은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일환으로 재밋섬 건물 매입에 106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내부 이사회 보고는 물론 도지사의 사전 보고·승인 등 관련 절차를 누락했다. 또 문화예술재단이 관련 절차를 어기며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감독청인 제주도 문화정책과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재밋섬 건물은 매매 계약부터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부동산 계약과 달리 '계약금 2억원, 해약금(위약금) 20억원'의 독소조항을 안고 있어 과도한 해약금 부담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재밋섬 건물의 감정평가 타당성이 미흡하고, 수탁자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위탁자의 지위를 확인하지 않은 점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업무를 소홀히 추진한 재단 직원 3명과 제주도 공무원 2명에 대해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다. 하지만 매입을 주도한 박 전 이사장은 작년 8월 퇴직해 책임을 물을 수 없자 문화예술재단 기관경고로 대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박 전 이사장에 대한 면죄부는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타 출자·출연기관장에 임명된 외부인사가 유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약금 등 손해배상 책임을 박 전 이사장에게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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