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

소신(所信)과 폭로(暴露), 소신은 굳게 믿고 있는 바 또는 생각하는 바를, 폭로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감춰져 있던 사실을 드러내거나 흔히 나쁜 일 또는 음모 따위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소신발언'과 '용기 있는 폭로'로 인한 파장이 불거지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사실이 알려진 계기도 폭로와 소신이 함께했다. 

지난 8일 심석희 선수측은 조 전 코치의 무차별 폭행사실과 만 17세의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사건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는 곧 한국 스포츠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심 선수의 용기에 힘입어 전직 유도선수였던 신유용은 고등학교 시절 유도부 코치였던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등 용기 있는 폭로가, 홀로 싸우는 피해자를, 숨겨진 가해자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연이은 폭로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으로 활동해온 김태우 전 수사관은 현 정부가 민간인 등을 불법 사찰했고, 여당 유력인사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는 등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연이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인터넷 방송매체인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의 사장 인사에 개입하고, 기획재정부에 4조원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등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의 폭로는 사실관계 확인 중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6일 김태우·신재민 사태와 관련한 특검법안이 관철되도록 공조체계를 갖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각자의 위치에서 권력을 이용한 개인의 '욕심', 또 이를 그대로 수용한 국가원수로써의 판단력 부족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 중 '소신'을 전할 용기있는 충신이 있었다면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을 막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촛불'이 만든 정권, 촛불이 세운 정부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 그리고 핵심 인사들의 '소신'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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