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 사무처장

지난해 여름 111년 만에 사상 최악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다.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심지어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다. 폭염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는 더한 불편을 가져다준다. 다행스러운 점은 적십자사와 자원봉사자가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선풍기를 제공했고, 그나마 무더운 여름에 작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도 잠시, 이제는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겨울이다.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취약가구에게 겨울은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적십자사는 겨울이 힘든 이웃들을 위해 JDC와 함께 전기매트 1,000세트를 전달하고 심리사회적지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이웃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동절기에는 혹한이, 하절기에는 폭염이 반복되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적십자사는 폭염, 혹한을 대비해 에너지취약계층에 대한 재난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재난구호와 심리지원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고 있으며 수혜자 가구에 계절에 맞는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재난취약 가구에 화재감지기, 가스누설 경보기 등을 설치해 안전을 돌보는 '레드알람(RED Alarm)'을 연중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사람은 형제다"라는 인도주의 정신을 담은 모토아래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적십자 운동은 191개국 약1억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고종황제 칙령 제47호에 의거 박애보제(博愛普濟,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의 정신으로 창립되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하에서 독립군과 재외 거주동포를 위한 인도적 활동을 전개했으며, 1950년 6.25 전쟁 중에는 수백만에 이르는 피난민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 전상자 간호 등을 실시했다. 이후, "인류가 있는 곳에는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라는 말처럼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포항지진 등 각종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구호활동을 펼쳤다. 대한적십자사는 국내 뿐 아니라 저개발 국가의 식수와 위생시설 개선과 지진?태풍?해일 등 대형 재난현장의 재건복구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잡지 '더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폭염, 혹한 등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25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진 또한 그렇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의식이 강했다. 지난 2017년 경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앞의 일인 것이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생명보호에 앞장서는 적십자의 역할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을 통한 재난 대응의 자세와 충분한 구호물품이 비축되어야하며, 십시일반 적십자회비에 도민 여러분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적십자사 또한 도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활동으로 도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적십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적십자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재난을 대비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인도주의 기관이다. 적십자사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도록 적십자회비 모금 운동에 많은 도민이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적십자회비는 재난이 발생하면 내 자신과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성금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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